예시면제 특례의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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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체부실 고교및 야간특별학급에 재학중인 근로청소년들에게 대학입학 예비고사를 면제하려는 문교부의 방침은 이들에게 고등교육의 문호를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타당성이 있다.
낮에는 산업전사로 일하고 밤에는 고교과정을 공부하는 근로청소년들에게 일반고교생들과 합께 예비고사를 경쟁적으로 치르도록 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한 주문일지 모르며, 예비고사의 관문때문에 이들이 대학문턱에도 가보기 어렵다면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실상 우리나라의 많은 근로청소년들은 산업구조적 요인외에도 저학력때문에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고, 아울러 저임금이기 때문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초과근무를 불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부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는, 일종의 악순환관계에 빠져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을 깨기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일어나야하며, 그런 점에서도 이들에게 대학교육의 문호를 확대하려는 조치는 옳은 정책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근로청소년에 대한 이런 제도적 특혜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급이상의 기능보유자나 문교부장관이 지정하는 산업체에 3년이상 근무한자로 고교성적이 5할안에 든 자에 대해서는 현재도 특혜를 주고 있는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점에서 우리는 근로청소년들에 대한 대입예비고사면제범위 확대의 의도를 이해는하지만 아울러 이 기회에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해야할 필요를 느낀다.
우선 대학과정진학에 있어 예비고사합격이 하나의 보펀적 요건으로 채택되고 있는 이상, 원칙의 예외가 늘어나는 경향은 문제라고 보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법적·형식적인 요건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요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산업정책적·사회정책적인 면에서 아무리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한나라의 고등교육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성질의 특별조치는 아무래도 본말전도의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당국은 이밖에도 해외근무공무원·상사임직원자녀등에 대한 특혜를 인정했고, 예·체능특기자에 대한 별도의 예비고사운영제도를 만들었는데다 또다시 입학자격의 예외설정이라는 방법으로 정책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듯한데, 이는 너무도 안이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면학여건이 나쁜 근로청소년들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거친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 떳떳하고 바람직한것이며 당국은 이들의 역경을 어떻게 완화·극소화해주느냐 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이다.
최근 모변호사가 해외주재외교관등 자녀에 대한 특혜가 위헌이라고 소를 제기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칙은 어디까지나 옹호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로청소년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면 그 방법으로 꼭 현행 대학과정의 예외적 문호 확대라야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육법9조의 규정대로 계절제·시간제등의 활용을 정부와 산업체및 대학당국자의 협의로 제도화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예비고사의 부담이 없더라도 경제적·시간적 사정 때문에 대학진학이 여의치 않은 근로청소년이 많다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한 고등교육의 확대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국가적과제이지만, 그 전제조건은 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밖의 여건들을 조정하는 일일 것이다.
가령 초과근무를 자청하지 않을 수없게 하는 저임금하에서는 예비고사없이 진학하더라도 과정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요, 결국 예비고사만 면제된채 진학자의 수가 미미하다면 그것은 면제의 정책목표가 달성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근로청소년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확대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 취지를 살릴 좀더 현실적 방안이 강구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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