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연수마치고 귀국한 극작가 오태석 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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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하루저녁 2백여 개의 연극이 공연되는 「뉴욕」에서는 개성이 없으면 막이 올려질 수 없더군요. 각 극단이 각양각색의 소재를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을 보고 이세상의 모든 것이 연극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지난1윌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해외연수예술인의 한사람으로 「뉴욕」에 머물렀던 극작가 오태석 씨(38)가 지난 달 31일 귀국했다.
「폴란드」·중공·미국·「체코슬로바키아」·일본 동 세계각국의 연극이 만나는 그곳에서 6개월을 직접 보며 체험하고 돌아온 오씨는 『우리의 연극양식이 그들이 풀어 가는 방법과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자신감을 가졌어요. 출국 전 서구적인 「드라마·트루기」(연출법)에 우리 고유의 의식 따위를 조화시켜 보겠다는 저의 방법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것을 더욱 사랑하게 됐고 튼튼하게 가꿔보겠다는 것이 그간의 수확입니다.』
그 동안에 얻은 또 하나의 값진 교훈이라면 「연극인들의 성실도」라고 한다.
1주일 75 「달러」의 적은 수입을 감내하며 전력투구하고 있으며 연기인들이 첫무대에 오르는 연령은 평균 40세. 연극전문대학을 졸업하고도 10여 년을 묵묵히 뒷일만 하다 역을 맡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의 연극인들은 쉽게 오르고 안이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오씨는 말한다.
한때 침체했던 「뉴욕」의 무대예술은 『「맨해튼」이 젊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로 다시 일어나는 기운이라고 전한다. 움직임이나 「사운드」 등에만 의존했던 연극이 이제는 다시 언어에 의존하는 연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 「셰익스피어」나 「베캐트」의 연극이 주류를 이루며 관객들도 이렇게 확실한 작품에 몰려든다는 것이다.
체류기간 중 재미연극인들과 극단 「뉴욕」을 창단하기도 한 오씨는 『10여만 교포인구가 있는 「뉴욕」에서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세계 연극이 모이는 곳에서 우리의 것을 비교해 보일 수 있다는데 의의를 찾고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곧 전용극장도 갖게 되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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