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시책의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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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3일 경제기획원이 밝힌 월간경제동향은 지난 7월 10일의 파격적인 유가인상 조치가 있기 전까지 국내경제는 뚜렷한 안정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었음이 분명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상반기증의 경제지표를 보면 통화증가 속도가 鈍化되고 물가상승세도 완만해진 반면 경기는 하향추세에 접어들고 있었음이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연초이래 정부가 지향했던 안정화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안정지향성 경제동향이 이른바 「7·10 조치」로 반전 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현저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하반기의 경제정책과제는 바로 이번 유가인상 「쇼크」를 극소화시키는데 있을 것이다.
6월중의 경제지표에서 특징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면서도 산업생산과 제조업 출하가 5월에 비해 현저히 활발해졌다는 사실이다.
통화공급의 안정위주 집행이 전반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당초의 우려는 그 근거가 박약해진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안정기조의 정착은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단행된 「에너지」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크나큰 도전을 받고 있다.
근자에 이르러 이 유가충격을 흡수하는 방안으로서 안정화정책의 계속이냐 아니면 기업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통화공급의 확대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시비가 일고 있는 것도 따라서 일단은 수긍이 가는 일이다.
최근 경제계일각에서는 통화공급의 확대를 요청하고 그에 대한 근거로 통화량과 GNP 및 인구의 상관관계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GNP규모나 인구수에 대한 통화량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그 이론자체의 타당성을 문제삼기에 앞서 먼저 경제현실을 다룸에 있어 단순한 평면적인 수치비교가 얼마나 자가당착에 빠지기 쉬운 것인가를 알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각국의 경제개발단계 비교와 성장추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인플레」현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자금배분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전제가 빠져있는것 이다.
각국 GNP의 비교는 산업구조차이, 인구와의 비례는 소비수요의 격차가 개재해있어,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통화량산정방식은 EC(구주공동체) 방식을 채택하여 보질GNP증가율에 GNP 「디플레이터」를 합한 수준으로 결정하되 거기에 ⓛ통화수요(투기·대기성자금등)내용 ②경기국면의 변화 ③통화의 유통속도 ④계절적인 변동 (11, 12월에 연간증가의 50%) ⑤국제수지상황등 제요인을 감안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제계일부의 주장이 얼마나 조잡한 것이며 고흥적인가 반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의 경제정책이 성장추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왔기 때문에 통화공급도
성장정책에 맞춰 팽창되는 속성이 있었으며 기업은 자금의 과잉수요가 만성화되어 내부축적에 의한 기업체질의 강화를 등한시해온 감이 있다는데 있었다.
때문에 통화 「인플레」가 우리 경제의 최대 약점이었고 이를 제거키 위한 처방이 안정화시책이라는 도식으로 귀결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안정으로의 전환에 따른 시간상의 「갭」으로 일시적인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부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화정책이 재선회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더 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 명백하다.
일관성 있는 정책이 집행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격동기의 경제운용에 있어서도 예외일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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