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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선상난민」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20일부터 「스위스」의 「제네바」에서는 세계 50개국의 외상들이 참집한 가운데 국제난민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의 결과 난민구호를 위한 1억9천만「달러」의 자급 갹출이 확정되고 그들의 재정착 및 안전항행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적잖은 성과였다 하겠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5백만「달러」의 「구호기금을 선뜻 제공한다고 제의함으로써 국제적 인도주의의 수범을 보인 셈이 되었다.
오늘날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소위 「선상난민」문제란 원래 인지공산과의 비극적인 부산물 가운데 하나다.
「베트남」공산주의자들은 자유월남을 적화한 이후 자기들의 공산화 시책에 장애가 된다고 본 중국계 월남인들을 대거 추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는 다시 월남계 자국민들까지 포함한 다수 비공산계 주민을 「출국세」까지 받아가면서 바다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이 난민 유출은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을 계기로 전인지적 규모로 확산되기에 이르렀고, 「베트남」당국의 고의적인 추방정책이 중지되지 않는한 앞으로도 이「엑소더스」현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75년의 월남적화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로부터의 난민 총수는 이미 75만명선을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다.
이 엄청난 숫자의 강제적인 「민족대이동」은 난민들 자신에게는 더할수 없는 인간비극을 안겨주는 것이고, 주변 제국에는 안보면에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협과 불안요인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세안」제국은 선상난민들의 상륙을 총구로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다른 주변 각국 역시 난민수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점에서 난민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도는「베트남」당국이 무고한 주민들의 강제추방을 즉각 중지하는 데서부터 비롯돼야 마땅한 것이다. 「베트남」당국은 그 주민들이 해외의 가족들과 재결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내보내는 것이라 강변하고 있으나, 그런 궤변을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주민 강제추방정책으로 인해 「베트남」은 그 부도덕한 권력체질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을뿐이다.
그러나「베트남」당국이야 본래 그렇게 무자비하다 손 치더라도, 난민문제를 대하는 자유세계일부의 수용태도 역시 충분히 관대했다고는 할수 없다. 일본같은 나라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그 인색함은 도를 지나쳤다는 평을 면할 수가 없다.
일본은 솔직이 말해 한국전과 「베트남」전쟁 덕택에 부자가 된 나라다.
다시 말하면 일본은 남의 비극을 밑거름으로 해서 치부를 한 나라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그 비극의 희생자들을 수용하는데 있어서는 5백명「쿼터」에 실제로는 겨우 7명의 정착허용뿐이라는 세계 최고의 인색을 드러냈던 것이다.
「제네바」난민회의는 바로 그런 인색함을 하루속히 시정하여 전세계가 20세기의 「오디세이」를 구호하는데 있어 신속하고 효과적인 공동행동을 취하려는 취지에서 열린 것이었다. 인지난민들의 비극은 실상 현대정치의 치부를 드러낸 것외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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