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회오리 몰고올까…원내발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략보따리 지금 못밝혀>
○…김영삼신민당총재의 야당대표질문이 입밖에 채 나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야사이에「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공화당과 유정회는 각종회의룰 잇달아 열어 대책을 협의한후 김총재에게 발언의 테두리를 사전 주문해놓았다.
박준규공화당의장서리는 의원총회에서 『체제비판은 가능해도 체제부정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희대통령도 연석회의에서 헌정부정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해 이를 강력히 확인했다.
남은 것은 원내에서「비판」과「부정」을 어떻게 구분해서 대처하느냐는 문제다.
구태회 정책위의장은 『예를 들어 대통령 선출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할땐 비판으로 봐야겠지만 국민투표로 확정된 헌법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할때는 가만히 있을수 없는일』이라며 『김총재의「전주발언」이 명백한 체제부정이며 원내에서 이를 반복할 때는 용납하지 않을것』이라고 예시.
김총재발언이 한계선읕 넘을 때 여당의윈들은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직 의원들에게 시달되지 않았다. 18일 당무회의에서 『전략보따리를 풀어보이라』는 요구에 대해 현오봉총무는『지금은 밝힐 수 없다』면서 봉합된 봉투를 박의장서리에게만 전달했다.
오유방대변인은 『누가 고함을 지르고 누가 김총재를 제지하는 식의 원내전략은 없다』며 『여당의원들의 반응은 동시 자연발생적이 될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몇몇 소장의원들에겐 「선봉대」지명이 은밀하게 내려져 있다는 얘기도 있다.
발언제지 사태등과 관련해 유경현부대변인은 『국회법 테두리안에서 행동할뿐』이라고 했는데 신형식사무총장은 국회법에 따라 제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경고. 국회법에 의장은 △경고·제지 △「마이크」·속기중단 △발언취소 △발언금지 △퇴장명령 △징계요구등을 할수 있게 되어있어 결국 여당이 김총재발언에 제동을 가하면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한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원고는 자신이 작성>
○…김총재는 전당대회가 끝난직후부터 임시국회에서 자신이 직접 일대 대결의 선봉장이 될것을 결심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총재가 이런 결심을 하는데는 원외에 있는 재야인사들로부터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것.
김총재직계에서도 대체로 강경론이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총재는 그동안 틈틈이 발언구상을 해왔다. 인권문제를 비롯, 긴급조치 1호에서부터 9호까지의 시행과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고 최근엔 몇몇 대학교수의 의견을 들었다는 얘기다.
김총재는 일단 이택돈정책심의회의장과 박권흠대변인에게 발언초안작성을 지시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김총재 자신이 직접 원고를 작성할 것이라고 측근이 설명.
일반적으로 김총재발언이 강경할 것으로 보는 것은 체제문제를 거론하는 의에 공권에 관한 발언을 할 것이란 예견 때문이다.
이같은 예고편이 지난17일 전주에서 사제단모임 연설에서 나타남이 따라 여당측이 「발끈」한 것으로 야당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여당이 체제도전을 용납치 않겠다고 한 19일을 계기로 김총재에게 어느정도 태도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김총재는『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일축했다.
김총재는 전주에서 유신헌법의 제정 경위를 거론하면서 그 효력에 관해 견해를 말하고 대통령 선거문제를 언급했다.
○…『임시국회가 23일에 깨지는건 아니냐』-. 20일 개회식에 나온 의원들의 인사말.
김조필·정일권·이효상공화당총재 고문들은 당직자들에게 『김영삼총재가 자존자대의 망상으로 강경발언을 하면 찬물을 끼얹으라』고 강경한 원내대책을 당부했다.

<당총재고문, 강경책 지시>
간부회의후 신동식사무총장은 『민생문제가 걸려있는 국회인데 공전까지야 되겠느냐』고 희망적으로 말했지만 여야의 입장에 상호양보가 없는한 공전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총재발언이 중단되면 최규하총리의 답변, 박준규당의장서리의 여당대표질문을 비롯한 나머지 대정부질문까지 공전될 공산이 커지리라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여당은 그럴 경우 상임위부터는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운영할 태세 구범모당무조정실장은 『구더기 무서워 장못 담글순 없다』며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안건은 여당만으로라도 처리하는게 국회의 도리』라고 강조.

<대정부질문에도 신경써>
○…여당은 대김영삼총재 대책외에도 이번 대정부질문에 다른때보다 각별한 신경을 쏟고있다.
전부일유정회부총무는 『야당대표질문을 반격하려면 실력과 이론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발언자를 선정했다』고 했다. 공화당관계자는 지난 임시국회에서 이만섭의원이 정부를 호되게 비판했다해서 『제2의 이만섭의원은 제외시켰다』고 또 다른 기준을 설명. 박준규당의장서리는 『두가지 원고를 작성하느라고 더 힘든다』고 털어놓았는데 두가지 원고란 본디 구상한 기본원고외에 「대김영삼용」을 따로 만들었다는 뜻.
공화당은 △정책위전문위원들이 분야별로 질문항목이나 자료룰 제출한후 △정책연구실이 취사·선빌해 발언의원들에게 배부해서 △발언의원들이 각자 이를 근거로 원고를 작성한 뒤 △박의장 주재로 발언자회의를 열어 중복여부·첨삭등의 조정을 벌이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다.
유정회는 발언예정자들이 20일까지 원고요지를 태완선의장에게 제출한 뒤 21일 발언자회의에서 발언방향을 확정하는 「정전검토」형식을 취했다.

<방어-역공전략까지 구상>
○…황낙주신민당총무는 임시국회에 임하는 지휘지침으로 △여당만능 △여당절대 △행정부복종 △행정부대행의 국회운영을 타파한다는 4대타파론을 제시하고 있다.
4대 타파운동을 통해 국회를 김영삼체제의 당면목표인 민주회복의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황총무의 구상이다.
황총무는 김총재연설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이번 국회의 목표가 90쯤 달성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원내지휘 전략을 짜고있다고 했다.
황총무는 김총재연설을 저지하려는 여당권의 전략을 ①고함 ②백두진의장의 경고 ③국회법에 따라 발언취소를 요구하거나 징계하려고 나올것이란 예상아래 부총무들과 함께 방어작전 내지 역공전략을 모색해놓고 있다.
신민당측은 여당의원들이 김총재를 단상에서 밀어내는 사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무단은 박용만 김동영 박권흠의원등 김총재친위 실력의 대항을 기본으로 부총재단·범주류의원으로 김총재 신변보호「팀」을 짜려하고 있다. 이경우 당내비주류들이 어느정도 호응할것인지가 관심거리.
정부의 한관계자는 이번 국회가 『좀 시끄러울것』이라면서 『정부·여당연석회의에서 선이 그어졌으니 야당의 월경공세는 여당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관망하겠다는 자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