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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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 미국대통령의 16일자「텔리비전」 연설은 당면의 「에너지」 문제와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과「미국적 신념」의 회복을 역설하는 철학적인 호소로 일관한 것이었다.
「카터」대통령은 이 연설을 하기에앞서 10여일 동안 「캠프·데이비」 산장에 칩거,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무엇이 문제인가』 를 깊이 숙고했었다.
이러한 그의 파격적인 접근방식과 심야의 「텔리비전」 방송을 통한『안방에의 직접호소』방식은 그의 신「에너지」정책의 당부를 논하기 이전에 하나의 독특한 정치적 기교로서 주목할만 했다.
「카터」대통령은 「에너지」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있어 그것을 단순한 경제적 난제로써 파악하려 하지 않고,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미국의국가적 위기로 간주하려했다.
그에 의하면 「에너지」 문제를 비롯한 오늘의 모든 재난들은 미국인들이 미국적인 모든 가치를 창출하는데 견지해왔던 「신념」을 상실한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몇년동안의 미국인들은「베트남」 전쟁의 곤경과 「달러」 가치의 실추, 「워터게이트」 사건의 충격과 「에너지」위기등 일련의 환감을 맛보아야 했고, 그로인해 「워싱턴」 정부와 유권자들, 시민과 시민, 집단과 집단사이의 일체감은 약화되고 미국특유의 진취적인 기상이 마멸돼가고 있다고 그는 보았다.
그의 이러한 심층분석과 논점확대가 과연 온당하고 정확한 것인지의 여부를 속단할 필요는 없다하겠으나, 문제의 철학적 해결방식을 추구함으로써 「카터」대통령이 당면의 「에너지」위기극복을 대통령과 국민 공동의 연대책임으로 규정하려한 것만은 십분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카터」대통령이 일요일 밤의 심야「텔리비전」 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안방에 직접 펼쳐보인 신「에너지」종합정책이란 석유의 수입의존도를 대폭축소해 향후 10년이내에 석유소비량을 반감하겠다는 것과, 합성연료등 새로운 대체 「에너지」 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두가지 점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미국이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원유에 의존하는 정도를 점차줄여나가고 그대신 자체 석유생산과 합성연료·태양「에너지」등 대체「에너지」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란 구상은 물론 새로운 이야기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생산과 대체「에너지」개발에 소요되는 경비가 현재의 수입가격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그것이 유발하는「인플레」요인을 어떻게 감내하겠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이 대책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이러한 신 「에너지」 정책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풍요를 자랑하고 즐겨왔던 미국인들의 소비수준을 대폭절감·축소시키는 것을 요구하는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미치는 사회심리적인 충격과 「카터」 대통령 개인의정치적「리스크」를 과연 어떻게 잘극복하겠느냐 하는 또하나의 문제발생요인도 등한시 할 수 없겠다.
「카터」 대통령이 신 「에너지」 대책을 발표함에 있어 유달리 미국인의 신념회복과 깊은「철학적 성찰」의 심화를 강조해 촉구한 까닭도 아마 그런데 있지 않나 추측되는 것이다.
어쨌든 「카터」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의 신 「에너지」 정책발표를 계기로 미국의 「에너지」 위기와 미국의 경제, 미국인의 생활 「패턴」 전반의 진로를 그 자신의 개인적 정치생명의 앞날과 한묶음으로 묶어서 국민 모두에게 던져 보인 격이 되었다.
앞으로 이 「개인의 용단」이 과연 미국민 「모두의 용단」 으로까지 순탄히 확산될 수 있을지, 차후의 내외의 반향을 주시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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