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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익 10% 넘은 가치주펀드도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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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해도 가치주 펀드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연초 이후 주식형 펀드 전체에선 5조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지만 79개 가치주 펀드에는 4000억원 가까운 자금(대표 클래스 기준)이 들어왔다.

 대부분 ‘한국밸류 10년투자’나 ‘신영 마라톤’ 펀드처럼 장기 수익률이 검증된 대형 가치주 펀드로 몰리는 돈이다. 하지만 이런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선전하고 있는 중소형 운용사 펀드도 눈에 띈다. 에셋플러스 코리아 리치투게더, 트러스톤 밸류웨이, 메리츠 코리아 펀드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각각 7.9%, 10.8%, 4.1%의 준수한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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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펀드의 공통점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기업을 선호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 전략에다 자신 만의 운용철학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투자밸류와 신영자산운용이 국내에 가치주 펀드를 정착시킨 1세대라면 이들은 2세대 펀드인 셈이다.

 2세대 가치주 펀드 중 제일 덩치가 큰 코리아 리치투게더 펀드는 NAVER(3.48%) 등 IT기업 주식을 상당수 담고 있다. 보통 가치주 펀드는 주가가 비싸고 변동성이 큰 IT기업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가 생각하는 가치투자는 “중국 내수시장 확대, 모바일 생태계, 그린 에너지 같은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는 기업을 발굴해 장기투자 하는 것”이다. PBR·PER은 그 다음 문제다. 실제로 이 펀드는 PER이 40배가 넘는 CJ 같은 종목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통할만 한 식품 브랜드와 콘텐트 사업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메리츠 코리아 펀드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0년 넘게 한국 펀드를 운용하던 이정복 대표가 올해 메리츠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출시했다. 그는 투자를 할 때는 “외계인의 관점을 가지라”고 했다. “우리보다 돈 많고 똑똑한 외계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70~80개 기업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PBR이나 PER만 볼까요? 그렇게 되면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놓칠 수도 있어요. ”

 트러스톤 밸류웨이 펀드도 마찬가지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전효준 매니저는 “PBR이나 PER 같은 정적인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재무구조 등 동적인 가치에 좀 더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세 펀드는 모두 우선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삼성전자·현대차·LG화학 등 대기업 주식을 대부분 우선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보통주에 비해 주가가 싸고,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세대 가치주 펀드의 성공에 최근 다른 운용사들도 새로운 전략을 결합한 가치주 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1일 출시한 ‘밸류 플러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에 절반, 인수합병(M&A) 등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기업에 나머지를 투자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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