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잉' 시진핑 … 재계 박수 소리 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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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61) 국가주석 방한을 전후해 중국에서 활약 중인 국내 경제인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체 열지 않던 5월 말 신동빈(59)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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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롯데백화점의 중국 5호점 오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백화점은 롯데그룹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총 투자비 3조원 규모의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의 신호탄이다. 2017년까지 쇼핑몰·테마파크·호텔 등을 차례로 만들어 연면적 116만㎡ 규모의 중국판 ‘제2롯데월드’를 완성하게 된다. 청두(成都)와 난징(南京)에서도 비슷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중국 출장 중에 ‘현지화’를 강조했다. “중국 우수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현지인 임원을 늘려 고용 창출에 기여하면서 현지인 주도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 때문이다. 중국 진출 1호점인 ‘인타이롯데백화점’은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첫해인 2008년부터 지난해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지분 전체를 파트너사에 넘겨야 했다. 신 회장은 연초 차이나사업부문장을 상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두 단계 높이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국내외 상황이 어렵다고 성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중국 사업을 더욱 밀어붙이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말 중국 대륙을 2박3일간 동서로 횡단하는 강행군을 했다. 현대차 최초 상용차 해외공장인 쓰촨현대(四川現代), 현대차 4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충칭(重慶), 올해 1월 양산에 들어간 기아차 3공장 등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중국 사업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신규 생산거점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이 됐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5% 늘어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 786만 대 중 171만 대(21.8%)를 중국에서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회장은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1000만 대 누적판매를 돌파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품질은 물론 상품·브랜드·고객 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 시장의 흐름을 앞서가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현지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구본무(69) LG 회장은 시진핑 주석과 2005년 만난 적 있다. 당시 방한한 시 주석이 LG트윈타워를 찾았다. 이번 방한 때도 구 회장은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시 주석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이 중국 난징에 건설할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2일 난징시 정부와 공장 설립을 위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9월 난징시 신강 경제기술개발구내에 공장을 착공, 2015년 말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연간 전기차 10만 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고 2020년까지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LG화학은 밝혔다.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 주석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시 주석이 2005년 수원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총 다섯 차례 만나며 10년째 교분을 이어가고 있다. 시 주석이 국가 부주석이었던 2010년 2월과 8월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이 국가주석 직을 승계받은 직후인 지난해 4월에는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개최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두 차례 만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무서운 속도로 한국 경제를 추격해 들어오는 중국 내부의 ‘삼성 배우기’ 열풍을 체감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아오 포럼을 마치고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부터 중국 일반 관리들까지 대한민국과 삼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더라”며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5월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수년간 70억 달러(약 7조7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완공했다.

 2005년부터 한·중우호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시 주석과 친분을 유지해왔다. 2009년 12월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 협회 차원에서 조찬에 초대해 한·중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난징 공장 이전 문제와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노선 확대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시진핑, LG·삼성 전시관 참관=구 회장과 이 부회장은 4일 열릴 ‘한·중 비즈니스 포럼’ 직후 행사장 인근에 마련한 약 40평 규모의 ‘특별 전시관(쇼룸)’에 시 주석을 특별 초대할 예정이다. 2일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시 주석 앞에서 갤럭시S5와 G3 등 스마트폰과 초고해상도(UHD) TV,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주력 제품을 각각 소개한다.

문병주·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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