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대회 안살림 도맡은 여류시인 김혜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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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 29개국에서 1백84명, 국내에서 4백여 명의 남녀시인이 참가한 제4차 세계시인대회는 그 숫자나 질로 보아서 결코 작은 규모의 국제대회는 아니다. 이 대회를 뒷바라지해온 여류시인 김혜숙씨(사진)는 이 대회가 순조롭게 마무리지어진데 대해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5, 6일 이틀동안 경주관광 및 산업시찰의 일정이 남았지만 주요 주제 발표 등은 4일로 거의 끝났기 때문이다.
『개성이 까다로운 시인들이라 대회가 온전히 진행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참가시인 모두가 잘 협조 해줘 감사히 생각합니다』-김씨의 말이다. 그리고 만나는 외국시인마다『준비가 치밀하고 완벽해 놀랐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 세계시인대회가 결정된 지난해 11월부터 대회사무국에 나와 일을 시작했다. 김씨의 직함은 시인대회 사무국차장. 그동안 외국시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만도 6백여 통. 김씨 외에 10여명의 동료 시인들이 함께 이 행사 준비를 거들었다. 대부분 여류시인들. 여성들이라 꼼꼼히 일을 잘 처리 한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리고 외국 시인들이 한국의 아름다운 시와 고유한 예술에 매혹 당할 때 보람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이 행사를 계기로『외국의 많은 유능한 시인들을 직접 만나고 서로 알게될 기회를 가져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큰 행사였다』고 했다.
다만 4백여 명이나 되는 국내시인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행사가 끝나 그동안 밀린 개인적인 일을 정리하려면 또 한동안 바빠지겠다고 김씨는 웃었다. 거의 6개월이 넘게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고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고. 그러나 외국 시인들과 사귄 따뜻한 인정은 오래 기억될 것이며 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이 큰 보람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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