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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적대적 M&A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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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SK(주)의 지분 8.64%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부상한 해외 투자펀드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10일 SK(주) 주식 3.75%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2.39%로 높였다.

크레스트가 확보한 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SK(주)의 우호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이를 무기로 한 그린메일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크레스트 측이 9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만나 SK(주)의 경영구조 변화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매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3위 그룹이 최초로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경영권 확보 의도 있나=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모두 여섯차례에 걸쳐 SK 주식 1천96만8천7백30주를 장내 매수해 8.64%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크레스트는 이때 이미 SK의 최대주주인 SKC&C(8.63%)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크레스트의 SK㈜ 주식 매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첫번째 공시를 한 날 이후 9일까지 SK㈜ 주식 4백75만7천1백60주를 다섯차례에 걸쳐 추가로 매집한 것이다.

주식 매입의 목적은 이전 공시 때와 마찬가지로 '수익 창출'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단순한 투자 목적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특히 크레스트 측 관계자가 장하성 교수를 만나 경영구조 변화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는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장교수는 "크레스트 관계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 변화와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세 차익을 노린 단순투자 가능성을 크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크레스트가 확보한 8.64% 지분만을 놓고 보면 지난 9일까지 얻은 평가이익이 2백30억원이고, 추가 지분 매집이 확인된 10일 오후 3시 현재 SK(주) 주가 1만9백50원을 기준으로 총지분 12.39%에 대한 평가익은 3백20여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편 크레스트 측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소버린 자산운용 최고자산운용책임자(COO)인 제임스 피터는 10일 현재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곤혹스러운 SK=크레스트가 확보한 지분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임시주총(지분율 1.5% 이상 6개월 보유)을 소집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수도 있는 규모다. 다만 이사진 교체(발행주식의 3분의 1 참석, 참석자의 3분의 2 찬성)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추가 지분의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SK㈜에 대한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은 13.26%로 자사주 10.24%와 SK글로벌의 해외 보유 지분(8%)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이 32%에 이른다.

그러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SK C&C(8.63%)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총액출자제한에 걸려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0%가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정현천 IR팀장은 "우호지분이 15% 이상으로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경영권을 획득할 의도라면 비상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상훈.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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