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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석가는 자기가 죽은지 56억7천만년이 지나면 미륵여래가 나타난다고 예언했었다.
미륵여래는 지금 수미산의 정상에 있는 미륵정토에서 보살이 되어 이승에 나타나기 위해 수도
중에 있다.
미륵상생경에 의하면 미륵정토의 하루는 이승의 4천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평균수명
이 4천세다.
그 곱한 수가 꼭 57억6천만년이된다. 그러니까 오랜 세월사이에 6과7이 슬며시 바뀌어진 모양
이다.
최근에 7세기께의 금동미륵상이 양산에서 발견되었다. 높이 27.5cm, 해방후 발견된 반가불상으
로서는 최대의 불상이라한다.
미륵불에는 엄밀하게 따져 세가지가 있다.
석가의 생시에 석가를 따라다니며 설법을 들은 보살. 56억7천만년후에 여래가 되어 이승에 다
시 태어나도록 수도중에 있는 보살, 그리고 이미 미륵정토의 주인이된 미륵여래.
이번에 출토된 미륵상은 오른쪽 발을 왼쪽 무릎위에 얹히고 오른손을 살짝 볼밑에 괴고 명상하
는 반가사유의 모습을 하고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미륵불상중에는 이런 반가사유상이 제일많다.
이 모습은 바로 출가이전의 석가가 고뇌에 잠긴채 깊은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미륵여래의 불상은 석가상과 마찬가지로 여원시무외인을 하고 있다. 곧 오른손은 두려워하지말
라는 뜻으로 올리고 왼손은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밑으로 내려펼치고 있다.
반가사유상이 흔한 것은 역시 중생처럼 시름하는 모습에 더 친밀감이 가기때문이라고 할까.
지난번의 한국미술5천년전이 일본에서 열렸을때도가장 인기를 모았던 것은 금동미륵 반가상이
었다. 그것은 일본의 국보제1호인 광륭사의 미륵상의 원형을 여기서 발견한 때문에서만은 아니었
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어느 반가상에나 괴로움으로 이지러진 표정은 없다.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살짝 담고 있다. 그래서 신라화랑들의 소년다운 모습을 연상한다
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미소는 아니다. 아무나 띨 수 있는 미소도 아니다.
석가가 회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받은꽃한송이를 말없이 내밀었다. 아무도 그 뜻을 헤아리지 못
하고 있을 때 가섭만이 살짝 미소지었다.
이것을 「염화미소」라고 한다고『무문관』에는 적혀있다. 염화란 꽃을 손에 든다는 뜻이다.
석가가 손에 든 꽃에 신비로운 딴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공연히 깊은 뜻을 찾으려는
것은 짓궂은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에나 집착하지 않는 너그러움이다.
그런 무아의 미소를 담은 미륵반가사유상의 발견에 애써 색다른 뜻을 찾으려는것도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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