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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당한 69만명 … 페이스북, 게시물 조작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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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당신 친구들의 일상사(타임라인), 관심 있는 언론사의 주요 뉴스, 혹은 특정 회사의 홍보물들이 시시각각 올라오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페이지가 특정 목적에 의해 교묘히 변경돼 있었다면. 우울한 소식으로 채워져 있던 뉴스피드가 실제론 우울한 소식에 대한 당신 반응을 측정하려는 실험의 일환이었다면.

 전세계 8억명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협조로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이 격렬한 연구 윤리 논란을 부르고 있다. ‘사회관계망을 통한 대규모 감정 전염의 실험적 증거’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의 감정 전이가 이뤄진다는 가설을 페이스북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자는 UC샌프란시스코의 제이미 길로리, 코넬대 커뮤니케이션학부와 정보과학부의 제프리 핸콕, 그리고 페이스북 코어 데이터 사이언스 팀의 애덤 크레이머 등 3명. 실험은 페이스북 사용자의 뉴스피드에서 긍정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담은 포스트를 관리자 측에서 일정 비율로 통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실험 결과 긍정적 포스트를 많이 접한 사용자들은 긍정적 포스트를 추가 생산하는 경향을 보였고, 부정적 포스트를 접한 경우도 비슷한 감정 전이를 보였다.

 문제는 2012년 일주일간 68만9003명에게 적용된 실험에서 페이스북 측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고 사용자들은 자신의 뉴스피드가 통제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우리를 실험 쥐 취급했다”면서 분노를 쏟아냈다. 학계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피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조종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전체주의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대기도 했다.

 페이스북 측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뤄지는 사용자 반응 측정과 비슷한 것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영국 하원 짐 셰리단 의원은 “페이스북 등 거대 업체가 정치 분야 등에서 사람들의 생각·감정을 조종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의회 차원 조사를 요구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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