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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완의 My Sweet Zoo <11> 스포츠와 관련된 에버랜드 동물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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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버랜드 동물원의 토종 한국 호랑이 ‘십육강’

지난 겨울, 온 국민을 웃고 울렸던 소치 동계 올림픽,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그리고 이제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는 세계인의 축구 축제 월드컵과 다가오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2014년은 가히 스포츠 축제의 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에버랜드 동물원에도 스포츠나 스포츠 스타와의 특별한 인연을 가진 동물들이 많다.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2년의 어느 날,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대하고 있던 에버랜드 사육사들의 머릿속에 아기 한국 호랑이 한 마리가 떠올랐다.

당시 16강 진출을 간절히 염원하던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갓 태어난 토종 한국 호랑이 새끼에게 '십육강'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국민드의 염원 그 이상으로 선전했다. 16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창조했다.

독일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2006년, 마치 대표팀의 선전을 예언하듯 또 한 마리의 한국호랑이가 태어났다. 이 녀석의 이름은 '투혼'이었다. 국가대표팀의 공식 유니폼 발표회때 투혼은 감짝 등장해 장도를 떠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투혼'의 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와 ‘여비’

에버랜드 사파리 맹수들의 용맹한 기운을 받아 맹활약한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는 또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와 아기 사자 '여비'의 일화다. '여비'는 이 선수가 지난 1999년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돌파하던 때 태어난 숫사자다. 당시 이승엽 선수의 선전을 기원하며 이 새끼 사자의 이름을 '여비'라고 지었다. 2004년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에서 뛰던 이승엽 선수가 부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승엽 선수는 그해 말 아들과 함께 에버랜드 사파리월드를 방문해 여비를 찾았다. 여비의 기운을 받은 덕분인지 이승엽 선수는 이듬해 다시 국민타자의 위용을 보여줬다.

미국 여자골프 LPGA 무대에 진출해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박세리 선수는 에버랜드 새끼 호랑이 2마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세리'에서 한 글자 씩 딴 '세강'과 '호리'인데 두 마리는 박세리 선수의 관심 속에 건강하게 자랐다. 박세리 선수 또한 LPGA를 평정하며 승승장구해 세계적인 골프선수 반열에 올랐다.

브라질 월드컵의 마스코트는 ‘풀레코’이다. 멸종 위기 동물인 브라질 세띠아르마딜로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브라질 북동부에 주로 서식하는 세띠아르마딜로는 골질의 딱딱한 등딱지가 온몸을 덮고 있다. 위험에 처하면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 위장한다. 산림의 무분별한 벌채와 사냥등으로 인해 이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한다. 브라질 정부는 마스코트를 활용한 기념품 수익을 세띠아르마딜로 보호 기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풀레코라는 이름도 포르투갈어로 축구(Futebol)와 환경(Ecologia)’의 합성어다. 월드컵 등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통해 이런 멸종 위기 동물들을 널리 알리고 또 보호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1987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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