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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표를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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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각파 전열정비…막바지 득표백태>
결전 이틀 전 7인의 신민당 후보들은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다른 계파쪽의 「표 빼내기」에 힘을 쏟았던 후보들이 지금은「표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그리고 계파간의 제휴양상도 웬만큼 드러났다.

<용감한 대의원은 비밀접촉>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의원들이 상경했다. 주로 지난주 말에 지구당위원장의 호의와 감시를 받으며 단체로 올라와 단체 투숙하는 것이 보통.
각 후보들은 지구당위원장 책임 하에 대의원들을 위원장 집 근처의 여관에 합숙시켜 21시간 철저히 감시하고있다.
김윤덕 의원의 경우 대의원 5명과 지구당 추진 중앙상무 위원 등 6명을 동숭동자택에 투숙시켜 외부침입을 막고 있으며 황호동 전 의원은 인적이 드문 김포가도의 변두리여관에서「대외비」로 보호하고 있다.
후보가 나선 계파의 지역구일수록 이 같은 밀봉감시가 심하고 중도 쪽과 당권경합에 나서지 않은 고흥문·유치송·이충환 최고 위원계는 그래도 느슨한 편.
대의원들은 여관방에서 대개 자파 후보의「팜플릿」같은 것 을 읽거나 선거참모와의 대화 등으로 소일하는데 너무 지루한 듯 싶으면 감시 쪽에서 고궁구경·영화감상 등을 인솔한다.
당권파에 속하는 경기의 K지구와 강원도의 C지구 대의원은 관광 「버스」로 설악산에 가려다 반대파조직요원에게 발각되어 온양온천으로 「버스」를 돌렸다는 등의 얘기도 나돌고 있다.
어떤 지구당위원장은 계파「보스」로부터 대의원 관리비로 30만원을 받았으나 여관비·식대·구경 값 등을 대다보니 터부니 없이 모자라 추가지원을 요청했다고 공개.
엄중한 감시 속에도 약삭빠른 대의원 중에는 타 계파의 조직요원에게 거처를 알려 「콜」 (금품 요구)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용감한 대의원은 거처를 빠져나가 몇 개 계파와 접선해 이른바 문어발전법을 쓰고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구당위원장들이 직계중의 직계를 대의원으로 선정해서 과거와 같이 다른계파 대의원을 빼먹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조직요원들의 얘기다.

<선대의 공로자도 제거시켜>
26일 대의원 명단이 공개되자 S후보측은 그동안 예상자 명부에 올려 접촉한 사람들이 90%이상 적중했다고 반기는 반면 K후보측에선 반타작밖에 못했다는 씁쓸한 표정.
예상 밖의 사람들이 대의원으로 들어갔다고 거론되는 곳은 서울의 S지구, 충남의 D지구, 전북의 K지구등 꼽히고 있다.
서울 S지구는 5명의 대의원 중 1명을 제외하고 광주·부산·부여·평창 등 4개 지역 사람으로 골랐고 그 중에는 지난 선거때 공천신청까지 했던 사람들이 포함 되있다.
김영삼 전 총재는 비서 K씨를 자신의 지구당 대의원으로, 신도환 최고 위원은 비서 H씨를 자기 계파의 김종기 의원 지구 대의원으로 임명토록 했고 이철승 대표를 미는 김동욱 의원은 동생을 대의원으로 임명.
화요회의 홍영기 전 의원은 별 연고도 없는 천명기 의원 지구 (포천-가평) 대의원으로 임명됐고, 과거 해남에서 공천신청을 냈던 문구식 목사는 신도환씨 지구당 대의원으로 선정됐다.
이 대표를 미는 김동욱 의원 지구에서는 김의원의 선친 김기섭 전 의원 때부터 비서로 있던 오봉엽씨 가 대의원에서 탈락되자 대를 이어 섬긴 공로를 몰라준다고 항의 소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이지만 오씨가 탈락된 것은 김 의원이 미는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민다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
그런가 하면 고흥문 최고 위원의 경우는 5명의 대의원을 △지구당 부위원장 2 △상임고문 2 △ 상무위 의장 1명 등 당직자를 우선했고 한영수 의원은 △ 부위원장 3 △ 상무위 의장 1 △ 조직부장을, 이상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최고 득표율을 올렸던 「면실」의 순서로 다섯 명을 골라잡음이 없다고 했다.

<거금4∼5억이 돌아간다>
각파는 사무실을 연락 본부로 하고 주변의 음식점·다방·「호텔」구석에 대의원들을 불러내 밀담과 밀교를 하느라 낮과 밤을 뛰고있다.
후보들은 「호텔」등에서 대의원들에게 금품 전달하고 또는 당직을 흥정하기도 한다. 어떤 계파는 5∼6차례 공들여 온 대의원들이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미리 상경 탁비조로 2만∼3만원씩을 전달하고 서울에 도착하면 꼭 연락하란 말을 남겼다. 2차가 있다는 암시.
충남의 모 지구당 대의원은 요원접촉을 어떻게 기피하는지, 어떤 조직요원이 당해 위원장 비서를 사칭하고 그 부인을 불러내 봉투를 전달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
김재광 최고 위원은 모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10만원·20만원씩 뿌리고 있다며 증거까지 잡아놓았다고 주장했고 어떤 후보사무실에는 지방관리가 대의원을 접촉해서 특정후보를 지원하도록 조종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고 흥분했다.
이 파 저 파에서 경쟁적으로 돈질을 해 대회를 마칠 때까지 한 대의원 평균 수입이 기십만원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돌고 후보자 측에서 보면 대의원 보호를 위한 여관비 식대 맥주 값 밤참 오락비 영화관람료 등으로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전당대회 주변에서 수 억대가 돌아간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떤 사람은 대의원 4백 명만 확보하면 당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1명당 1백 만원씩 주더라도 4, 5억원이면 되잖느냐는 계산을 하고있다.

<당권파에 반기든 김옥선씨>
고흥문씨, 유치송·이충환씨도 예상대로 이대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자 다른 쪽에선 『예상했던 일』이라고 애써 태연한 자세.
유치송씨는 27일 자파 중견들을 모아놓고 『나도 최고위원으로 6분의1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대표 혼자만 심판 받게 하는 게 온당치 않다』며 이대표 와 운명공동을 역설했는데 이 자리에서 박해충·황병우 의원들은『여론은 3대7인데…』라며 다소 이의를 보였으나 결국 유씨 노선에 기울어졌다는 것.
고흥문씨는 『74년 김영삼씨를 지지했다가 『76년 이대표를 지지했는데 이번 다시 김씨를 지지한다면 내가 장난하는 사람으로 보여 안 된다』고 이유를 설명. 이대표를 지지해도 중도 통합론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애써 강조했다.
김영삼씨 자신은 『이런 일은 애초에 예상했던 일』 이라며 대의부들의 애당심이 이들을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태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어디 한군데 급해진 곳이 있는 모양』이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야투」에선 정해영씨가 김씨에게『대통령후보를 말고 당권 은 나에게 달라』 고 한것도 김대중씨와 김영삼씨 간의 이문을 노린 음모였다고 주장. 김영삼씨에겐 자민동지회에 이어 김옥선씨 등 이 가세한 것이 득.
비 당권파에서는 고흥문·유치송·이충환씨가 이철승 지지를 선언했다 하더라도 고씨계에서 잘하면 50%, 유씨계 4O%정도 마라 가고 이씨 쪽은 밑바닥이 벌써 바빠진 상태라고 했다.
3명의 이대표 지지선언으로 이대표의 여건이 다소 좋아졌다고 볼 수 있으나 그렇더라도 1차 투표에서 결말나기는 어려워 2차 때의 제휴가 관건이 되고 있으며 김영삼씨 측에서는 막바지「바람」을, 조직 표를 비교적 많이 확보한 신도환씨는 1차 때의 표수에 따라 승운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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