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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표현으로「오늘의 인간」을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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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에드워드·올비」와 그의 연극「그룹」이 한·미·일연극교류계획에 따라 내한, 6월1∼3일 국립극장소극장에서『「을비」자작연출무대』를 마련한다. 「올비」의 내한공연을 계기로 그의 작품세계를 알아 본다.<편집자주>
어느시대에도 젊은「아방·가르드」는 생기게 마련이다. 기존 예술형식과 가치관을 거부하고 그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술과 윤리를 찾기위해 숱한 전위예술인들이 요란한 구호를 내걸고 실험을 일삼아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들의 운동은 단명으로 끝난다.
연극의경우도 예외일수없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충격적이거나 어처구니 없는 형식을 도입하고 기존체제나 제도에대해 격렬한 비난을 퍼붓는 일일뿐, 오랜 경험을 토대로한 인간자체의 추구를 망각하기 때문이다.「올비」의 『동물원 이야기』와 『미국의꿈』이 나왔을때 미국극계는 그를 전위극의 기수처럼 받들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젊은이들과는 달리「센세이션」또는 충격을 위해 기존형식을 파괴하거나 동장인물을 통해 불만에 찬아우성을 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의 전통적 표현형식의 테두리안에서 그의 독특한 대사를 구사하며 오늘의 인간을 집요하게 추구해나 갔다.
51세인「올비」는 어려서부터 시와 소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손턴·와일더」 를 만나 극작을 종용받고 희곡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상업주의연극이 판을 치고, 「유럽」연극이 휘몰아치던 당시의 미국극계는 이 무명의 작가가 쓴『동물원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작품이 「베를린」에서 독일어로 번역,공연되어 극작가로서의 지위가 굳혀지자 그는 「오프·브로드웨이」에 「워크숍」을 만들어 30∼40명의 젊은작가들의공연을 적극도왔다.『동물원이야기』에「올비」는 현대인의 의사소통의 불가능이라는 비극적상황을 재치있는 희극의요소를 섞어가며 전개해나간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인물들은 서로 톱니가 맞지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관계를 맺곤있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하여 이들은 그의 『누가「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 하랴』 나 『섬세한 균형』 에서 볼수 있듯이 공존아닌 공전을 통해 피차간위선·환상의 가면을 벗겨가며 충격적인 인간의 본능을 노출한다.
그의 극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웃음은 맞지 않는 톱니가 불안스럽게 부닥치는 불안한 웃음이다.
그는 선배인 미국작가들의 영향보다는 오히려 「유럽」의 작가. 이룰테면 「이오네스코 「즈네」, 그리고 「베케트」등 이른바 부조리작가들의영향을 많이받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인간을 해체하여 실소를 자아내게하는 이들 「유럽」의 작가와는 달리 「올비」의 작품에서는 해체되고 무너지는 개성끝에도 삶을 절규하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다.
사실주의 연극의 확고한 틀을 견지하며 그는 이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숙명적 고독감, 파괴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가족제도, 허무한 애정, 그리고 언어를 통한 「커뮤니게이션」의 불가능…자학취미를 폭로한다.
그의 호사는 흡사 교옹악과도 같다는 말을 한다. 「올비적대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의대사에는 개성이 있다.「리듬」의 흐름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이「리듬」을 파괴하는듯한 「스타카토」식의 단절음이 튀어나오는 재치있는 단어의 배열이, 관객을 매혹시킨다.
가끔 「올비」의 작품은 난해하다는 말을 듣는다.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도 받는다. 그의『조그만「애리스」』가 공연되었을때 관객간에는 물론. 비평가사이에서도 그내용이며 주제의 모호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올비」 는 새로운 관객을 요청한다. 혼자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고 비평가에만 의존하려는 관객이 극장을 찾는한 미국연극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오늘날의비평가의 횡포와 필요이상의 정치를 참지 못한다.「올비」는 아직도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막을 쓸뿐, 아직 큰작품이없다. 무엇이 나을지 기대를 걸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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