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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중시하는 한국 문화가 반감고객 더 키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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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22면

최순화(42·사진)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어떻게 팬들을 양성할까’ 못지않게 ‘어떻게 브랜드 적군과 화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만족감과 불만족감은 서로 상충적이지 않고 오히려 비례한다”며 “높아진 만족감이 직원의 작은 실수나 제품의 작은 흠결에 대한 불만족감을 증폭시키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반감고객들’ 책으로 낸 최순화 교수

-마케팅을 잘하고 열심히 해도 반감고객은 줄이기 어렵다는 얘기인가.
“기업들이 이들을 주변적 소비자로 봐선 안 되고 유형에 따라 맞춤형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기업들의 불만고객 관리는 표면적인 불평 처리에 급급할 뿐 분노와 무기력감을 품고 있는 반감고객들은 여전히 마케팅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다. 이들을 방치하면 기업의 위험 요인이 된다.”

-반감고객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기업이 체감하기 쉽지 않을 텐데.
“1999년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TARP (Technical Assistant Research Program)가 놀라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에 감지된 1명의 불만 고객 뒤에는 침묵을 지키는 25명의 불행한 고객이 존재하고, 이들 26명은 평균 10명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각자 평균 5명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다. 결국 기업에 불만을 표출한 1명의 고객 뒤에는 무려 1585명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고객불만 빙산’이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 원만한 대인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국내에서 반감고객의 빙산이 다른 나라보다 더 커지기 쉽다.”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 관점 전환이 필요하겠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된 데다 상품에 대한 과잉정보에 피로를 느끼고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케팅 과부하’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기업은 소비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마케팅 활동의 명분을 고려해야 한다. 고객기반의 양적 확대, 고객과의 로맨스만 꿈꾸기보다 성숙한 고객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반감고객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의 감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반감고객을 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란 얘기인가.
“반감을 자산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팬 고객에게만 귀 기울인 나머지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기업은 침체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가장 불행한 고객이 가장 위대한 학습 원천’이라고 했다. 반감고객 증가의 시대에 기업들이 다시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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