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개발·화신영농을 위한 「시리즈」푸른황장(1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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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과실의 공급 달리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과실의 소비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에는 42만3천t의 과실을 생산, 이것으로 국내수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아 이부를 수출까지 할수있었다.
작년에는 그 2배에 가까운 80만8천t을 생산하고도모자라 올봄에는 대만「필리핀」그리고 멀리「에콰도르」까지가서 「바나나」2백50만상자(3만t)를 들여오고 있다.
물건이 딸리면 값은 오르게 마련.
시중의 과실 값은 사과가 한상자(국광중품 15kg)에 9천원으로 작년 이맘때의 6천원보다 50%나 비싼값에 거래되고 있으며 배도 상자당7천5백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2배가까이 올랐다.
그래서 과거에는 이성의 진귀한 과실로 귀족대우를 받던 「바나나」가 이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사과·배보다더 천대를 받는 기현상마저일어나고 있다.
「바나나」1개에 2백원인데 사과는 5백∼6백원을 주어야 맛볼수 있다.
물론 작년에는 심한 가뭄으로 생산에 타격을 받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는 수급전망이 좋아지리란 기대는 할수 없다.
77년이래 소비는 매년 20%씩 늘고있는데 과수 재배면적은 1.6(77년)∼4.6%(79년계획) 증가의 거북걸음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급「패턴」이 계속 된다면 해가 갈수록 과실이 모자라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과실의 생산기반을 늘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과실의 생산을 늘리려면 과수원을 조성하고 좋은 품종의 과수를 많이 심는 길밖에 없다.
그러자면 과수윈을 쉽게 만들수 있고 필요한 묘목을 손쉽게 그리고 값싸게 구할수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여건은 이 두가지가 모두 어렵다.
농지보전이란 명목으로 논이나 밭을 과수원으로 만들거나 묘포장으로 만드는 일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의 보전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12조)은 논이나 경사15%미만의 밭에는 다년생식물·목초·관상수등을 심는 것을 원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의적으로 농수산부장관의 승인이나 허가를 얻어 과수원이나 묘포장을 만들수 있지만 실제로는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로부터 과수원조성 허가를 얻은 면적은 77년에 65정보, 78년에 5백66정보에 그쳤다.
78년에는 그나마 한밭이 실한 지역에 과수를 심도록 정책적 배려를 한 덕을 보았다.
묘포장을 새로 허가해준 것은 단1건도 없다.
묘목은 전국 1백여 생산업자가 농지보전및 이용에관한법률시행(76년)이전부터 갖고있던 묘포장을 이용, 생산·공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이 낙후 돼 있어 『좋은 품종을 값싸게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꿈과는 거리가 멀다.
농수산부의 공식집계로는 올해 과수묘목 수요는 2백50만그루인데 비해 공급가능량은 3백20만그루로 70만그루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식수기인지난 3∼4월중 묘목이 모자라 경기·충남북·호남의 과수업자들이 묘목을 구하러 멀리 경북까지 원정을 가는 사태를 빚었다.
묘목값도 크케 올라 작년봄에 그루당 1천원하던 사과묘목(존아골드)값이 1천5백원으로 50%나 뛰었고 3백원하던 배·자두·복숭아 묘목이 5백원으로 70%가까이 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품종의 중요성을 인식, 소비자에게 인기있고 비싼값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품종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져 재래종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묘목 생산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감당할길이 없다.
경북도의 경우 사과품종개체 10개년계획으로 국광·홍옥·축등 재래종을 「후지」「무쓰」「스타크림선」등 신품종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으며 그 대상면적은 9천정보에 달한다.
사정이 이런만큼 파수의 생산기반을 늘리고 좋은묘목을 원활히 공급하려면 제도상의급제를 대폭 완화, 누구나 쉽게 과수원을 만들고 좋은 품종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한다.
과수 재배는 수익성이 식량작물보다 높다.
신품종 왜성사과의경우 심은지 5∼6년후부터 과실을 따기시작, 20년이 지나면 경비를 빼고도 단보당 연평균97만원의 순익(수익율75%)을 올릴수 있다.
포도는 74만2천원(수익율67.1%), 복숭아도 20만8천원(수익율40%)의 순익이 보장된다.
이에비해 쌀농사는 다수확신품종을 경작해도 단보당 총생산이 6.3가마정도로 정부수매가(80kg가마당3만원)로 팔면 18만9천원, 시중에내다 팔아도 20만1천6백원을 받는다는 농수산부 계산이다.
여기서 영농비 가마당 1만5천원을 빼면 순수익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보리재배가 단보당 6천∼8천원의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여건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농지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수익성 높은 과수재배도 나쁠것이 없다.
산지를 개간하는 경우 농지보존법의 제약을 받지 않지만 산지개발은 더욱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과수는 1∼2년에 자라는것이 아니다. 지금 심으면 5∼10년 후에나 과실을 따게된다.
좋은 묘목을 값싸게 많이 공급할 채비를 갖추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농지보존법의 운용도 여건에 맞추어 신축성을 주고 과수묘목의 재배를 적극권장하는 자세가 아쉽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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