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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사설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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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의 학원경영은 3, 4년전의 「아파트」분양현강을 무색하게 할정도로 경쟁이치열하다.
학원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고있는것은▲어떤 사업보다 안정성이 높고▲전문지식·경험부족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며▲신설허가만 있으면 당국이 일정한 영역안의 독점권을 인정해주는데다▲부동산투기나 대리점경영등과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적은 자본으로도 손댈수있는등 좋은 조건들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의 경우 등록된 학원만도 1천3백5개나 되어 정규학교인 초·중·고교를 합친 6백34개의 2배가 넘는다.
이들 학원의 연간수입은 서울시교육위원회가 정해준 정원(총18만8천1백14명)으로 계산해도 9백80억원에 달한다.
금융긴축으로 대기업들까지도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주지못하거나 도산위기를 맞고있는것에 비하면 학원가는 「풍족한 현금방석」위에 앉아있다고 할 수 있다.
수강생들의 외상신청이 있을수 없고 일부학원에서는 넘쳐 흐르는 지원자들을 선발고사까지 치르면사 뽑아 수강료를 선금으로 받기도 하기대문이다.

<금융긴축 아랑곳없는 ■영지대>
학원관계자들은 『현금수입이 많다고는 하나 강사들의 높은 인건비·건물유지비등으로 겨우 현상유지가 될뿐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릴만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호황을 부인하지만 실제로는 학원에서 번돈으로 출판사를 경영하거나 부동산투기에도 손을 대고 특히 종로·광화문을 중심으로 번창하고 있는 사채시장의 뒷줄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소위「종로파」주인공들의 이야기다.
극히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대기업들이이같은 황금시장을 노려 진출하기 시작, 특히 C음료·K「그룹」등이 앞서 자동차·관광학원등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연간 5천억원의 거액이 정규수입이 아닌 과외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비공식 집계가 나와 여당의 중진급에서조차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강서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자』고 들고나섰지만 유·무허가 학원들의 외형은 이를 훨씬 웃도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기가 있는 서울시내 학원을 종류별로보면 예능계가 3백84개로 가장많고 독서계 2백42, 기술계2백37, 사무계1백53, 체육계1백87, 인문계83, 가정계7, 기타12개의 순이지만 정원으로는 인문계가 6만3천7백70명으로 단연 앞서고 기술계가 3만4천22, 예능계2만6천8백71, 사무계2만6백75, 독서계2만1천5백28명등의 순이다.
이들 학원가운데 자동차(기술계)·외국어(인문계)는 「마이·카」와 해외나들이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못할 정도. 또 전반적인 소독의 향상으로 자녀들의 특기·유아교육「붐」에 편승한 미술·음악학원도 신설신청의 85%를 차지할만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추세다.
임시생들을 위주로 하는 인문계학원은 이미 20년의 전통을 갖고 이가운데 선두「그룹」은 저마다 10층가까운 고층「빌딩」을 4대문주변에 확보할만큼 성장했고 당국이 더 이상의 인문계학원허가를 내주지않아(74년1월1일이후) 83개학원이 6만3천7백70명의 정원으로 몰려드는 수강생들을 「정원의」로 받아가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리·주산·부기등을 가르치는 사무계학원과 냉동·전기·통신등의 기술계, 음악·미술의 예능계학원도 평소에는 3∼4「파트」지만 대목인 방학때가되면 최고9∼10「파트」로 늘어나 상오10시부터 하오10시까지 하루9∼10시간의 강의를 하기도한다.
지난3월 영등포구독산동에 13평짜리 사무실을 보증금 1백50만원·월4만원씩에 세내 경리학원을 차린 김모씨(39)는 사무계학원가에서 「브로커」로 불릴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다.
20명을 수용할수있는 강의실 2개와 3평짜리 사무실이 겨우 들어선 김씨의 학원은 허가기준의 최소면적. 그러나 40명씩 4개「파트」에 1백60명의 수강생을 받는경우 주산(60분)·부기(90분) 강사 2명을 두고 월80만원의 수강료에서 50만원의 순이익을 낸다. 김씨의 경험으로 이정도는 비수요기의 최저수준이다.

<각종지술학원도 언제나 초만원>
그러나 서울에서 학원신설이 가능한 강남지역에서는 학원운영에 적당한 사무실 임대료가 하늘높은줄 모르게 치솟아 김씨처럼 앞지른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같은 크기의 사무실을 비는데 5백만원∼7백만원이들고 20평정도면 1천만윈을 홋가한다.
의류·가전제품「메이커」의 대리점 하나차리는데 3천만∼5천만원이 드는것을 감안하면 학원은 그나마 소자본으로 할수 있는 짭짤한 사업임을 알수 있고 이같이 작은규모로 시작한 동대문구 전농동의 T경리학원은 5년만에 수강생이 1천명 수준으로, 종노구창신동 D타자경리학원은 수강생이 2천명을 넘어섰다.
대학에서 음악·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예능계학원의 고객은 주로 코홀리개들.
생활수준의 향상·맞벌이부부·빗나간 교육열의 부채질로 웬만한 주택가·「아파트」단지마다 들어선 예능계학원은 어린이들의 실기지도외에 유치원·탁아소구실도 함께 해『5, 6만원짜리 가정부를 두느니 보다는 차라리…』하는 현대여성들의 손에 이끌려나온 꼬마들로 항상 초만원을 이룬다.
이보다는 훨씬더 기업적인 규모인 자동차학원은 1천명이상의 실습장과 수강생16명당 1대이상의 차량을 갖추어야 하지만 운수기업에서도 손을 뻗치고 있는 자동차학원은 이 규정보다 4∼5배나 규모가 크다.

<신설 허가신청 1천명 넘어>
서울 서대문구간암동 S자동차서부학원의경우 1기(8주)수강생이 5백여명이나되어 4천평의 실습장이 포화상태다.
이 학원 학생과강 이근주씨는 『기업체의 해외주재원등 해외출국자가 급격히늘고 인건비절감등을 이유로「마이·카」에의한 업무를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져 요즘은 단체교습을 실시하고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대자·삼환기업·대성산업등 10여개 회사 3백여명의 사원들이 이학원에서 단체로 운전을 배우고 있다.
학원신설허가신청자가 서울시내에서만 해마다 1천명이 넘어 학원전성기를 맞은 듯한 느낌이지만 학원운영은 운수업과 같아밖으로 남고 안으로 손해보는 겅우가 많다.
성공한 사람가운데는 3, 4개 학원「그룹」을 갖고있는 경우도 있지만 몰려드는 수강생만 믿고 시설을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이익은 강사들에게만 들아가고 경영자자신은 도산하는 경우도 없지않다.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3년간 학원업무를 맡았던 한 관리의 이말은 학원이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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