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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도 잘 쳐요"―세계농구 출전 캐나다의 스위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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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월광소나타 어때요. 베토벤은 제가 제일 좋아해요.』 농구코트가 아닌 피아노 앞에 앉은 흑인 실비어·스위니양의 웃음 띤 말이다. 코트에서 달릴 땐 마치 『검은 표범』을 방불케 하듯 재빠른 스위니도 베이지색 원피스로 멋지게 갈아입고 피아노를 대하자 수줍음마저 띤다.
막바지에 접어든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는 캐나다의 흑인 실비어·스위니(22)가 돋보여 한국의 박찬숙과 함께 MVP(최우수선수)상을 다투고있다.
그는 득점랭킹에서 매게임 19·8점으로 3위(박찬숙은 22·1점으로 1위), 리바운드에서 매게임 7·8개로 4위, 그리고 어시스트에서 매게임 2개(강현숙은 3·7개로 1위)로 6위에 랭크되는 등 연승가도를 달리고있는 캐나다의 기둥역할을 하고있다.
8일 연습을 끝내고 숙소인 셰라톤·워커힐·호텔로 돌아온 스위니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밝은 표정으로 대뜸 피아노가 있는 2층 소연회실에서 만나자고 승낙한다. 변호사 지망생인 그는 로렌틴대(온테리오주) 법과를 이달말에 졸업, 9월 학기부터 대학원에 진학한단다.
중학교에 입학한 13세 때엔 농구와 피아노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피아노는 하루에 5∼6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나 농구는 3∼4시간이면 충분해서 결국 농구를 택했다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3세 때부터 어머니(피아노선생)로부터 틈틈이 배운 피아노실력은 프로급이라는 매크리 코치의 귀띔이다.
첼로까지 켤 줄 안다는 그는 삼촌은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라고 자랑하기도.
지난74년 고교3년 때 대표선수로 뽑혔으나 그해에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는 등 농구를 포기할 뻔하기도 했고 이때의 부상은 이제까지 그를 괴롭혀 6일 대 프랑스전에서 자주 쉬곤 했다고.
매크리 코치는 스위니가 얼음찜질을 하며 경기에 임하는 집념의 선수라고 칭찬하며, 동료들이 관광과 쇼핑을 나가도 숙소에서 혼자 쉬기만 한다고.
한국의 박찬숙·강현숙, 그리고 동료인 벱·스미드를 우수선수로 꼽으며 자신은 무릎이 나빠 좋은 선수가 아니라면서 빙긋 웃는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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