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는 곳마다 넘쳐흐른 「어린이날 인파」"즐거웠지만 너무 사람에 시달렸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세계아동의 해에 맞는 제57회 어린이날인 5일 서울도심의 을지로통이 어린이들의 행진길로 활짝 열리는 등 다른 어느 해보다 푸짐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지만 고궁과 공원등 가는 곳마다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어린이들은 뙤약볕과 흙먼지 속에서 오히려 고생스런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서울시내 국민학교 6학년인 1만여 어린이들이 갖가지 가장행렬차림으로 이날 하오2시부터 3시15분까지 대행진을 벌인 시청 앞∼을지로∼서울운동장까지의 3·l㎞거리에서 차량의 행렬이 사라지자 어린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7대의 경찰사이카 선도를 받으며 가장행렬의 맨 앞엔 무궁화꽃마차가 섰고 활짝 핀 꽃속에 노란 꽃술모자를 쓴 어린이가 손을 흔들었다
육군사관학교 악대가 TV만화프로인 마징거·제트의 주제가를 연주했고 시청 앞 분수대주변에 앉았던 비둘기 7백마리가 창공에 날았다.
이어 낙랑공주, 호동왕자, 홍길동 차림의 어린이가 뒤따르고 보물섬을 찾는 길이 12m의 해적선이 지나갔다. 피터·팬도 용감하게 칼을 휘두르며 뒤따랐다.
마징거·제트에 나오는 공룡이 입에서 붉고 노란 연기를 내뿜자 빌딩이 갈라지는 듯 했고 타잔을 태운 코끼리와 원숭이·호랑이·사자도 있었다.
뒤따르는 어린이들은 신나게 뜀뛰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풍선도 날렸다.
그러나 창경원·어린이대공원·남산공원 등 서울시내 각 시설공원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관람객이 밀려들어 어린이들은 도시락 먹을 곳조차 찾지 못한 채 갈곳 없이 헤매야했고 케이블·카·청룡열차 등을 한번 타려고 2∼3시간이나 기다리는 등 곤욕을 치렀다.
더구나 어떤 어머니는 아들을 잃을까 걱정한 나머지 아들의 허리에 밧줄을 맨 채 끌고 다니는가하면 주소와 이름을 쓴 팻말이나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니게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어린이공원에서 하루종일 인파에 시달린 박정주양(7·서울신답국교l년)은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어른들의 엉덩이뿐』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