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라도 울음 참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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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의 사랑하는 딸 영희야!
이 엄마는 네가 불구자라고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봐 무척 마음을 써왔었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너는 항상 웃는 낯으로 모든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영희야, 나하고 함께 고생 고생 하면서 세종대왕릉으로 소풍 갔던 일, 그리고 창경원 구경을하고 싶다고 무더운 9월 한 여름철에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무거운 너를 업고 동물원·식물원 구경을 하였던 일 기억하니?
또하나 잊을수가 없는 것은 네가 작년에 전국 특수학교 학생실기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타던 날이다. 선생님이 너의 이름을 부르던 순간 기쁜 마음보다 울음이 먼저 나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무리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으려고 하여도 참을수가 없었어.
영희야, 너는 손도 잘못쓰니 기술도 배울수가 없구나. 다행히 머리가 나쁘지않아 공부를 잘 해주니까 네 말대로 학문이나 열심히 닦아 훌륭한 학자가 되어다오. 백일선(서울중구인현동2가190·보양「아파트」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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