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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취재동기 심문할 수 있다|대법판결로 술렁이는 미언론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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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이제 미국의 기자들은 취재 「노트」를 숨겨 두거나 불살라 버려야할 판이다.
전화취재도 편집국 전화를 쓰지 말고 공중전화 「박스」속에 들어가서 해야만 할 것 같다.』
세칭 『「허버트」사건』을 다루던 미대법원이 지난 19일 『필요하다면 기자의 취재의도나 동기를 심문할 수도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미국각지의 언론기관들은 벌떼같이 일어나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최대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자신만만하던 미국 언론인들의 콧대를 무자비하게 꺾어놓은 이 「허버트」사건은 73년 CBS-TV가 『60분』이란 「프로」를 통해 월남전에서의 미군의 무공에는 민간인학살도 포함돼 있고 영웅으로 묘사됐던 「허버트」중령도 그 예외가 아닐지 모른다고 보도했던 것.
이 때문에 「허버트」는 장군이 될 꿈까지 무너지고 예편을 당하게 됐다.
화가 난 「허버트」는 CBS-TV를 걸어 4천4백만「달러」(2백2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배리·랜도」(39)는 소송과정에서 『「프로」를 제작하게된 의도나 보도의 동기까지 말할 수는 없다』고 버텼다.
이 사건을 맡았던 「뉴욕」연방 고등법원은 77년11월 『보도가 허위에 찬 악의라는 걸 입증한다면 별 문제지만 증거도 없이 허위보도라고 주장하거나 취재당시 기자의 마음속까지 털어 놓으라고 한다면 언론자유는 크게 위축된다』고 CBS에 승소판견을 내렸다.
「허버트」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2년전의 「뉴욕」고등법원판결을 뒤집고 『공인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잘못된 정보가 나돌아다닐때는 기자 또는 제작자가 취재의도를 끝내 거부할 절대적 특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6대3으로 판시했다.
사건을 맡았던 「비론·화이트」판사는 『이 판결은 첫째 기자의 취재원공개를 강요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순한 취재의도를 방지하고, 둘째 미국헌법은 최대한의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동시에 시민 또는 공인의 개인권리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사자인 「허버트」는 판결직 후 『이번 「케이스」는 언론기관이 주어진 자유를 남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선량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랜도」는 그동안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기록을 만드는 동안 수백가지의 질문에 응답했으나 다음 5가지의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해왔다.
즉 ①보도의 동기②「인터뷰」한 사람의 진실성에 대한 자신의 결론③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근거④편집과정에서의 동료와의 대화내용⑤사건의 일부내용을 포함 또는 삭제하게된 동기등이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레너드」CBS방송사장은 『편집국을 외부로부터 침략당한 기분』이라고 말했고 「제임즈·구데일」「뉴욕·타임즈」수석부사장은 『대법원의 판결과정이 비밀이듯이 「뉴스」편집과정도 계속 비밀이 유지돼야 한다』고 비꼬는가하면 「앤터니·데이」「로스앤젤레스·타임스」주간은 『「워터게이트」이후 활발해졌던 사건조차 보도경향에 쐐기가 물렸다』고 논평하는 등 심각한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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