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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유리창에 총알 자국 … 강남 도곡카운티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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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곡카운티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도곡카운티’ 아파트 104동에 사는 주민 A씨는 깜짝 놀랐다. 창문에서 총알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름 2~3㎜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났고 주변엔 금이 가 있었다. 총알 자국은 8~10층 사이 총 4집에서 발견됐다. 특히 한 집에선 자녀 방 유리창에 총알 자국이 났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현장조사를 했지만 범행에 쓰인 총알은 찾지 못했다.

 경찰은 총알 자국의 모양과 크기, 주변 지형 등을 고려해 총알이 피해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도곡렉슬아파트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국을 보면 총알이 위나 아래가 아닌 수평 각도로 날아왔다”며 “도곡카운티와 비슷한 높이인 도곡렉슬 쪽 방향에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된 거리와 창에 금이 간 점 등으로 보아 새총이나 공기총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방충망만 쳐놓고 창문을 열어놨다면 총알이 실내로 들어와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곡카운티와 맞은편 도곡렉슬과의 거리는 100m 정도다. 이 사이엔 주차장 진입도로와 인도, 가로수가 있을 뿐 다른 건물은 없다. 104동 엘리베이터엔 “혹시 추가 발사가 있을지 몰라 당분간 렉슬아파트 쪽 창문을 모두 닫아놓고 생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도곡카운티 주민 김모(43·여)씨는 “또 언제 어디서 총알을 쏠지 몰라 두렵다”며 “아이들에게 창문을 절대 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파트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아파트에 들어와 범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

 강남의 최고급 주택인 두 아파트는 오랫동안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도곡카운티는 2010년 진달래아파트를 재건축해 완공한 뒤 지난해 3월 입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재건축 과정에서 흙막이 공사를 하며 도곡렉슬 주차장 진입도로 일부가 갈라졌다. 이에 도곡렉슬 주민들은 2010년 진달래아파트 재건축조합 등을 상대로 이 시설물을 철거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월 도곡렉슬 주민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004년에는 도곡렉슬 재건축 당시 진달래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방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100억원이 넘는 배상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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