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흙을 벗으로 마음껏 뛰놀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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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가정학회(회장 이인희)는 『오늘 우리는 자녀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춘계학술대회를 27, 28일 수원아카데미 사회교육원에서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성옥련 교수(중앙대 심리학과)·이시형 박사(고려병원 정신과)·지정 교수(연세대 주생활과)·고광욱 박사(서울대의대)의 발표와 분과토의가 있었으며 학교급식에 관한 영화도 상영됐다.
「어린이와 동화」란 주제의 첫 발표에서 성 교수는 교육적인 의의나 정신건강상 동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동화를 누가 어떻게 들려주는 것이냐에 달렸다』고 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동화라면 어떤 것이든 읽혀도 좋지만 선택의 여지가 필요하며 설명동화와 흥미본위의 동화를 좋은 동화로 꼽았다. 설명동화란 어린이들에게 「왜」라는 의문을 갖게 하고 또 이에 대한 대답이 나오는 동화라는 것.
즉 동화속에 어린이의 관심사를 다루어주고 그것을 이야기로써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흥미본위의 동화란 글자그대로 흥미를 위주로 쓰여진 동화로 요술이야기라든가 우습거나 무서운 이야기들.
그러나 인간의 정복욕이나 투쟁욕을 다룬 동화일 경우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이야기는 피하고 동물화시킨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도 동물동화로 이것은 『어린이들의 최초의 자기 열등의식의 극복 때문』이라고 성 교수는 설명한다.
성 교수는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바람직한 동화로 우리 나라의 전래동화를 손꼽는다. 우리나라의 고전동화 1백26편을 모아 조사한 결과 47편이 설명동화로 분류할 수 있으며 또 동화속에 스며있는 인간본질에 관한 문제는 현대동화로는 설명되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동화를 들려주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들려주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효과가 판이하며 육친이나 가족성원의 육성과의 부딪침 속에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이 박사(「어린이와 정신건강」)는 어린이 정신병 원인은 여러 가지가있지만 「엄마와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엄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하며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융통성 있는 성격이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특히 도시의 엄마들을 위해 △어린이는 태양아래, 진흙 속에 키울 것 △규칙이 전부는 아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도록 할 것 △엄마의 불안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행복의 기준은 엄마와는 다르다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규칙을 강요하면 강박증에 걸리기 쉬우며 따라서 자유롭게 키울 것을 당부한다.
또 한국의 엄마들은 과잉친절로 어린이들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다. 행복의 기준, 성공의 개념도 예전과는 다르므로 스스로 가고싶은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라고 잔다.
한편 지 교수는 「어린이의 주거환경」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어린이에게 필요한 환경은 부모의 편견에 의한, 부모가 만족하는 환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흥미·연령·성별을 고려해 결정해야 된다. 어린이의 주생활은 크게 내부공간(방)과 외부공간(놀이터)으로 구분된다. 어린이의 방은 그 속의 생활을 통해 자기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지므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외부공간 또한 집단적인 놀이를 통해 자기능력을 키우므로 중요하다.
아파트처럼 옥외공간이 없는 가정은 『거실 같은 공동공간은 부모의 공간이 아니라 어린이의 놀이공간으로 꾸며주어야 한다』고 지 교수는 말한다.
시골어린이처럼 마음대로 뛰어놀 수 없는 도시어린이는 억압된 자유 때문에 흔히 심술궂은 장난을 하기 쉽다. 따라서 새로운 주거지역을 설정할 경우 놀이터의 시설계획은 필요한 것이다. <이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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