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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끝살 김치버거, 육회 라비올리 … '일두백미' 한우 맛깔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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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양희철 셰프가 한우 꾸리살로 만든 육회 라비올리. 산양유 요거트 치즈를 넣은 소와 꾸리살을 함께 먹으면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난다. 또 계절 야채와 붉은색 육회, 흰색 소가 어우러져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창작요리 연구가인 요나구니 스스무(66)는 ‘한우’ 매니어를 자처한다. 그는 “최고의 요리사는 재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는 요리사인 그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의미하는 재료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한우를 일두백미(一頭百味·한 마리에 100가지 맛이 난다는 뜻)라 하여 120개 부위로 나눠 다양한 맛으로 즐겼다.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보디족이 51가지, 프랑스가 35가지, 일본이 15가지 부위를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제한된 메뉴로 한우를 접하다 보니 한우 요리를 식상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우를 부위별로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이색 한우 요리를 추천한다.

요나구니의 한우 사랑

요나구니가 처음으로 한우의 매력에 빠진 건 10년 전 부산에서였다. 소규모로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의 한우를 먹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의 마쓰사카우시(마쓰사카 지역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소고기)가 연상될 정도로 농축된 맛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에게 한우는 중요한 요리 주제가 됐다.

그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우의 지방 성분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목초를 먹여 키운 소와는 다른 종류의 맛을 가진 소고기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사인 그에게 호주나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지방이 적어 씹는 맛이 강하고, 한우나 일본 소는 지방이 많아 부드러운 맛이 나는 식재료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이 많은 마쓰사카우시는 소고기를 얇게 슬라이스한 뒤 불판에 닿은 지 10초 이내에 입 속으로 들어가 입안에서 완전히 녹아드는 맛을 최고로 친다”며 “이에 비해 한우는 지방이 조금 더 적은 편으로 좀 더 졸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경상대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는 “소고기에 포화지방산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경우 동물성 단백질을 잘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성 지방을 통해 섭취되는 포화지방산에 비해 섭취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흔히 마블링이라 부르는 근내 지방에는 인체에 유익한 단가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이 풍부하다”며 “올레인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비율을 좋게 만들어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이색 한우 요리 대결

창작요리 연구가인 요나구니 스스무(가운데)와 그의 제자인 이경호(왼쪽)·안성환(오른쪽) 셰프. 요나구니는 “구이 하나를 먹을 때도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먹는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미감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투 스타 레스토랑에서 동양인 최초로 부주방장에 올랐던 요나구니는 셰프이자 도예가로 뉴욕에서 활동하다 1999년부터 아내 오정미(54·푸드 아티스트)씨와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오정미 푸드 아트 인스티튜드’에서 아내와 함께 요리를 가르치다 제자들을 위한 요리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2007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첫 레스토랑을 차렸다. 아내 이름을 따 만든 오키친은 현재 네 군데로 늘어났다.

이번 한우 추천 메뉴 역시 세 명의 제자들이 나눠 맡았다. 오키친의 총괄셰프인 이경호 셰프는 채끝살로 햄버거를 만들었다. 그는 “햄버거의 패티는 채끝살처럼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8대 2 정도의 기름기가 있는 부위로 만들어야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패티 자체에서 지방 성분이 빠져나와 별도의 기름을 쓰지 않고도 패티가 고소하게 잘 구워졌다.

여의도점 안성환 셰프는 사태·꼬리·소갈비를 레드와인에 재운 한우찜을 제안했다. 그는 “사태와 꼬리 등 콜라겐 성분이 많은 부위는 오래 열을 가하면 젤라틴 성분이 많아져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찜 요리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흔히 먹는 갈비찜은 간장·마늘 등 소스 향이 강했는데 레드와인에 재운 한우찜은 소스 맛이 강하지 않아 고기 자체의 향과 식감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됐다.

뉴욕 CIA 요리학교 출신으로 최근 오키친에 합류한 양희철 셰프는 육회 라비올리를 선보였다. 그는 “꾸리살(갈비와 앞다리 사이 부위)은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부드럽고 농축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부위여서 육회에 알맞은 부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두 모양으로 빚은 꾸리살의 아랫부분을 살짝 토치 불로 익혀 한 부위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내놨다.

만드는 법

이경호 셰프가 만든 ‘한우 김치 버거’.

한우김치버거

재료=햄버거 빵 1개, 한우 채끝살 170g, 체다치즈 1장, 김치 50g, 계란 1개, 베이컨 1장, 양파 슬라이스, 상추 또는 깻잎, 마요네즈, 소금·후추.

1. 채끝살을 냉동고에서 1시간 정도 얼린 후 칼로 잘게 다진다. 2. 다진 고기는 패티 모양으로 성형한 후 뜨겁게 달군 팬에 오일 없이 3분 구운 후 뒤집어서 김치와 치즈를 올린 후 3분 굽는다. 3. 베이컨은 바짝 굽고 계란은 프라이한다. 4. 토스트한 빵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상추·양파·패티·베이컨·계란 순으로 올린다.

안성환 셰프의 ‘레드와인 한우찜’.

레드와인 한우찜

재료=앞 사태 600g, 5cm 두께의 꼬리 4조각, 소갈비 600g, 마리네이드 재료(굵게 썬 양파 4개·당근 1개·샐러리 1줄기·대파 흰 부분 2줄기, 타임 3줄기, 마늘 3개, 레드와인 2병), 포트 와인 1/2병, 물·밀가루 적당량.

1.앞사태·꼬리·갈비의 지방을 제거한다. 2.준비한 고기와 마리네이드 재료를 통에 담고 하루 동안 재운다. 3.통에서 꺼낸 야채를 팬에 갈색이 나게 볶고 남은 국물은 포트 와인과 함께 절반으로 졸인다. 4. 고기는 간 한 후 밀가루를 묻혀 중불에 색이 나게 볶는다. 5. 모든 재료를 냄비에 담고 고기가 잠기게 물을 부어 준 후 센 불에서 끓인다. 6. 살코기가 뼈에서 살짝 떨어질 정도까지 중불에서 3시간 이상 졸인다.

육회 라비올리

재료=꾸리살 30g, 소 재료(버섯, 감자, 산양유 요거트 치즈), 소금·후추, 레몬즙, 소스(포도씨유 3큰술, 화이트와인식초 1큰술, 소금·후추·꿀 약간), 계절 야채.

1. 얇게 슬라이스한 소고기 30g을 두드려서 최대한 얇게 편다. 2. 잘게 썬 볶은 버섯과 으깬 감자를 식힌 뒤 산양유 요거트 치즈와 섞어 소금·후추·레몬즙으로 간한다. 3. 바닥에 랩을 깔고 얇게 편 소고기를 펼친 뒤 중앙에 소를 올리고 랩과 함께 동그랗게 만다. 4. 동그란 소고기를 접시에 담고 드레싱을 뿌린 야채를 버무려 주변을 장식하고 남은 드레싱은 소고기 위에 뿌린다.

글=김경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
도움말=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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