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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의「진가」를 보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미술5천년전」이 오는 5월1일「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되어 미국의 7개 도시를 약2년간 순회전시케 된것은 종래의 어떤 종류의 국제문사교류행사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값진 내용의 것이 될것이다.
이번 전시에 내놓을 우리 문학재는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대학과 사립박물관·미술관과 개인소장품등 수십만점중 적어도 5천년이라는 우리겨레의 유구한 한줄기 역사와 전통속을 이어내려온 지혜와 슬기를 계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대표작들을 골라낸 국보 또는 국보급 3백50여점의 대규모의 내용인 것이다.
대개 어떤 나라의 역사와 문명의 정도를 총괄적으로 이해케할 만한 전시행사라고하면 역사·고고미술의 자료를 주된것으로하고 그중에서도 그종족의 민족적·국가적 발전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문학의, 뿌리를 캐올라갈 것을 상식으로 하고있다.
그러나 인류의 여러 종족이 위대한 문명의 개척자로서 큰 업적을 남기고도 민족과 문화의 역사와 전통이 중단된 것이 많은 가운데서 우리는 한갈래의 종족으로서 민족이라는 생명체와 아울러 문화발전의 흐름을 동일한 체계속에 오늘까지 이어 내려왔다. 그리고 먼옛날부터 고도로 발달된 지혜와 기술을 실물로써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을 고이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이러한 예는 세계사에서 극히 희귀하다 하겠다.
5천년이라는 시간을 더듬어 올라갈 수 있는 유적은 서울 한강변의 선사시대의 주거지와 유품의 탄소측정연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뿐이 아닌 것이다.
우리 겨레의 역사의 근거는 한반도의 배경이 되고있는 만주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북만주 송화강상류에 건설되었던 부여가 이미농사를 지어온 부족국가로서 생활풍습이며 신앙형태도 공동사회의 지도체제를 뚜렷이 제도화하고 있었다.
이런 점은 우리 겨레의 최고의 역사기념탑이 되고있는 압록강변의 고구려 광개토왕공적비며 중국의 사적에 뚜렷하다.
이제 미국에서 전시될 우리문화재는 그야말로 우리 겨레가 성장해온 생활을 입증하면서고도로 발달했던 그 옛날 우리자신의 사상과 기술의 여러 면을 미술의 창조적 표현에서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석기시대의 토기·식기를 비롯해서 청동기시대를 거쳐 삼국시대의 철제·금은세공의 장식품이며 또 불교미술, 고려시대의 청자,이조시대의 도자기며 그림,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의 산수학에 이르기까지 실로 우리민족문학 5천년의 정수를 체계있게 한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내용의 것이다.
그중에서 근래의 경주에서 발굴된 천마총, 안압지의 유물등 신라시대의것이 더 돋보일 것이다. 고려청자는 중국 송나라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우리가 중국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던가 하는 것이 주목을 끌 것이다. 우리의 것이 중국것들보다 가볍고 날카로우면서도 강하게 보이는점등 중국 것에서 느낄 수 없는 독자적 성격미와 기술의 개발은 이조시대의 평민적이며 활달한 수법과 아울러 세계 도자예술계의 자랑이 아닐 수없는 것이다.
이번 우리 미술품의 미국전시는 두번째다. 1957∼58년에는 미국의8개도시에서, 그뒤에 계속해서「유럽」의「프랑스」·영국·화란·「오스트리아」등의 몇나라에서 전시했었다.
그전엔 미국이나「유럽」의 일부학자·전문가를 제외하고는 한국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고 할정도 였다. 일본의 침략지배를 받아야했던 기간에 일본은 고대로부터 한국의 문화를 줄곧 받아들였으면서도 한국은 미개국이요 문학의 생산이 없는 민족같이 선전해 왔었다.
해방후 국가의 독립은 보게되었었으나 6·25의 공산침략으로 온 국토가 잿더미가 되고 도시와 농촌의 파괴, 유랑하는 피난민, 그중에서도 전쟁고아의 헐벗고 굶주려 있는 참상이 매일같이 세계의 신문에 글과 사진으로 보도되어왔다. 바로 그뒤에 벌어졌던 한국미술의 대규모 전시는미국·「유럽」시민과 지식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거의 반세기 동안의 일본의 침략과 자유진영 16개국이 참가했던 공산침략의 3년간 전쟁의 참담한 희생의 제물이 되어 거지의 나라같이 보였지만, 그민족은 일찍부터 아름다움을 창조해온 높은 지혜와 슬기를 지녀왔음을 알게되어 한국에대한 새로운 칭송과 아울러 장래가 기대된다는 커다란 신망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문에 우리의 부흥을 위하여 미국을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의 많은 원조와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번의 미국 전시는 20년전의 그때보다 전시내용도 근래의 발굴이며 발견에 의한 더 풍부한 내용도 가졌거니와 미국의 학자나 지식인들의 세대도많이 바뀌었다. 그들의 동북아시아」에 관한 관심과 아울러 한국미술의 특이한 역사적 발전과정에 대한 애착과탐색의 열의도 전보다 많이 높아진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시회는 두나라의 국민적 명예와 정부당국의 무한한 책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것이다. 우리나라의 최대한 귀중 재산을 미국에 빌려주는 우리 정부와 이를 빌어가는 미국정부의 책임은 그동안 약2년간 미국국회에 벌어졌던 한·미간의 불쾌한 논쟁이나 그때문에 생겼던 국민간의 감정의 장처도 깨끗이 씻어버리고 새로운 면목에서 항구적인 국가간의 신의와 친선의 매듭을 새로이 굳혀 나간다는 획기적인 징표가 되게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첨부해서 말해두고 싶은 점은 오늘 우리 국민이 가진 자질과 능력의 잠재력은 어디에서 나올 수 있었던가? 다시 말하면불과 십수년의 짧은 기간동안에 공업국가로서 근대적 급성장을 이룩할수 있는 힘의 원천을 보여줄 수 있는것이 또한 이번 우리 미술의 해외전시의 큰 뜻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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