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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람이 늙기 시작하는 것은 10세부터다. 20세부터는 청각이 차차 둔해지기 시작한다.
50세에는 미각이 둔해지고, 60세에는 후각이 약해지고 7O세에는 장년기의 힘의 3분의1밖에 못쓴다. 영국의 한 생리학자의 말이다.
그러나 세계의 정치를 주름잡고 있는 것은 노인들이다. 2년전 세계 각국의 각료들의 평균연령은 다음과 같았다.
미국 53세, 영국 53세, 「프랑스」50세, 서독 48세, 일본 62세, 한국은 54세 남직이었다.
이는 인간의 노력이나 자질은 생리적인 연령과 관계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상원에는 지금 현재의 65세정년제를 70세이상으로 연장시키려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상원의원들 가운데 70세가 넘는「노인」들이 많은 때문이라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하는데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판단력·양식·경험·지휘능력등은 오히려 나이와 함께 증대한다고 그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엉뚱하게도「프랑스」에서는 요새 60세 퇴직제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애써 5년이나 빨리 퇴직하자는 것은 빨리 연금을 타서 노후의 인생을 즐기자는 생각에서다.
「프랑스」에서 정년제가 생긴 것은 1930년. 그때는 60세 퇴직이었다. 그게 2차대전직후에 노동력부족을 해소하기위해 65세로 인상됐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노인들이 얼마든지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가 꾸며져 있다. 사회보장제도도 제법 틀잡혀있다.
그게 미국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다른나라에서는 정년은 하나의 어엿한 권리다. 미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그저빨리 죽는 권리일 뿐이다….』
미사회보장제도의 전문가인 「폴·피셔」 박사의 말이다. 미국에서는 퇴직한 사람을「시니어·시티즌」(Senior Citizen)이라 부른다. 우대하는게 아니다. 슬며시 사회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그건 인적자원을 이중으로 썩혀버리는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최근 정년제를 60세, 또는 70세로 직능에 따라 연장시키자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노인들에게는 퇴직하는 날이 마냥 즐겁기만하다.
우리네의 장년들에게는 마냥 우울하기만 하다.
도시 알량한 연금으로는 노후의 생계를 꾸며나갈 재간이 없다. 소일거리도 마땅치 않다.
뭣보다도 그토록 오랫동안 쌓아올린 경륜이며 능력을 한창 나이에 썩힌다는게 여간 아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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