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대책 너무 안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회는 9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의 경기침체 현상에 대한 진단과 대응책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경제상황을 국제통화기금(IMF) 때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금융시장 불안, 신용카드회사 부실과 가계부채 증대, 외국인투자 저조 등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황식(金晃植)의원은 "신용카드 연체금액이 12조원에 달하고 개인부채 잔액이 4백55조원으로 폭증하는 등 금융대란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 정부는 경제계의 쓴소리에 신경질적인 반응만 보일 뿐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정부(金政夫)의원도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지 않는 현 정권의 안이한 경제관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며 총액출자제한제도 폐지, 법인세율 인하 등을 촉구했다.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고율의 상계관세는 미국 정부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경고성 메시지"라며 "통상문제 해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경제장관 출신 의원들의 해법 논쟁도 치열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경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강봉균(康奉均)의원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미국과 투자협정(BIT)을, 일본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대해 전두환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의원은 "카드채 부실 등으로 자금시장에서의 환매가 급증하고 회사채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부총리는 중앙은행과 적극 협조해 금리.채권시장 개입,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경기부양을 위한 적자재정은 이미 용도폐기된 비효율적 방법으로 후유증도 커 자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지난해보다 10조원 가량 늘릴 계획"이라며 "추경예산안 편성은 경제상황을 좀 더 봐가며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