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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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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공할 중금속 공해의 심각성이 이제 모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만큼 현실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감이 든다.
당국도 중화학공업의 육성과 함께 중금속공해의 규제를 위해 배출기준을 정하는등 단속을 강화해 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최근 잇따라 밝혀지고 있는 조사결과는 아직도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한강상류의 뚝섬유원지 앞에서 척추와 꼬리부분이 S자형으로 굽은 누치가 발견됐는가 하면 부산· 마산· 울산등 공업도시를 끼고 있는 남해연안의 바닷물이 다량의 수은·「카드뮴」등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작금의 보도는 새삼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인의 식생활에 있어 거의 빼놓을 수 없는 미역· 김· 굴등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공해문제의 책임당국은 물론 농수산물검사 당국자도 정확한 실태파악과 함께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발표해야 하지 않겠는가.
중금속공해는 주로 오염된 농작물과 수산물의 섭취로 인체에 장기간 축적되는 것으로 신경마비· 감각마비, 시력· 청력장실, 호흡곤란등 증세와 함께 사망율이 높고 심하면 본인은 물론 2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만 중독의 증세가 중독된 후 10여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어서 자칫 소홀히 다루기가 쉽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몇 차례 농약공해사건이 일어났고 기형어가 발견된 일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연구가 제대로 안돼 인체에 영향을 미친 두드러진 사례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미나마따」(수후)병과「이따이· 이따이」병이 14년의 연구끝에 중금속에 오염된 수질때문이었다는 결론을 얻었고 우리의 산업구조가 점차 중화학공업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때 급히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발생한 담양일가족의 전신마비사건때 「농약공해」 여부가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고 흐지부지 됐던 것을 아는 우리로서는 당국이 문제의 핵심을 흐리지 말고 파고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성실성을 가져줄 것을 바라게 된다.
특히 한강상류에서 기형어가 발견됐다는 것은 단순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한강에 처음 기형어가 발견된 것은 76년 8월 제2한강교 부근에서였는데 이번의 발견지점은 그 보다도 10여km나 올라간 지점으로 한강상류의 수질이 서서히 정화되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가 잘못된 것임을 나타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난해 4월의 조사결과 팔당· 구의· 뚝섬수원지는 BOD가 기준치에 미달하나 종전보다 정화된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그후 아무런 다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같은 오염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갖게 된다.
한강물은 서울시민은 물론 인천시민등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3분의 1이 식수로 이용하고 있는만큼 오염의 심각성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물고기가 비틀거리는데 인간이라고 무사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지금까지의 미온적인 자세에서 탈피, 공해관계예산을 크게 늘리고 오염의 실태를 파악, 이에 따른 대책을 세워 철저히 집행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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