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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깊이보기] 난상토론 아닌 말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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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긴다. 어렵게 고민을 터놓고 조언을 듣는다 해도 사실 상담자마다 가치관.윤리관.개인적 경험 등에 따라 다양한 처방을 제시해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 8일 방영된 KBS2-TV '논쟁 버라이어티, 당신의 선택'(화요일 오후 11시5분)은 바로 사람들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게스트들이 열띤 논쟁을 벌여 상담 의뢰자가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돕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후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주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양희은.유재석.이휘재 세 MC와, 연예인과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20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다채로운 설전을 펼친 후 마지막에 상담 의뢰자가 자신의 결심을 얘기하는 형식이다.

이날은 '재혼으로 인해 가족이 된 의붓 오빠와 사랑에 빠졌는데 과연 결혼해야 할 것인가''희대의 카사노바와 결혼하려는 순진한 친구에게 그 남자의 과거를 알려야 하나'라는 두 가지 문제가 논쟁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방영분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비록 '쇼'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출연자들이 중구난방으로 의견을 쏟아내놓으며 말싸움이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논쟁인지 싸움인지 모르겠다. 완전히 시장판." (ID bm904) "삿대질은 예사에 시장바닥처럼 소리만 냅다 지르고"(ID robe27) "난장 버라이어티"(ID start75) 등 진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또 다양한 직업.연령대의 의견을 보여준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시청률을 의식한 듯 논쟁에 참여한 게스트들이 연예인 일색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권경일 PD는 "앞으로 심리학자나 보험설계사 등 좀더 다양한 직업군으로 출연진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소재를 다양화하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과제다. 여성지의 가명 상담코너 수준을 넘어 좀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어야만 진정한 '버라이어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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