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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대한제국공사관 원형 복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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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00년대 초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모습. 고종 황제 자주외교의 상징물이다. [중앙포토]

미국 워싱턴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원형대로 복원된다. 지금까지 용도와 내부 모습을 알 수 없었던 2·3층과 지하층의 대한제국 시절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됨에 따라서다.

 공사관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24일 “올 초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대한제국 공문서를 모은 책인 ‘주미내거안(駐美來去案)’을 검토하다 1900년 공사관 건물의 수리·보수 견적서인 ‘주미공관중수명세서(駐美公館重修明細書)’와 1901년 공사관 집기 목록인 ‘주미공관수리후유물기(駐美公館修理後留物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들에 따르면 2층은 공사의 방과 서재·사무실로, 3층은 공사 이외의 직원 공간으로 사용됐다. 지하는 보일러실·당구실·부엌·식료품저장고·세탁실 등으로 쓰였다.

 1층은 헌팅턴 도서관에 소장된 사진을 통해 그 동안 내부 모습이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집기 목록을 통해 고종황제 어진(御眞·초상화)과 태극기 등을 모신 ‘정당(正堂)’이라는 공간이 1층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고종과 황태자에 대한 망궐례(望闕禮·왕을 직접 만날 수 없을 때 멀리서 올리는 예)를 올렸던 장소로 추정된다.

 재단 오수동 사무총장은 “공간의 용도는 물론 각 방에 있었던 물품들까지 가급적 원형대로 복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운송노조인 팀스터유니온이 1960∼70년대 내부 벽을 모두 허물어 사무실로 사용했던 3층은 공간 특징을 살려 전시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단은 2016년 하반기까지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공사관 건물은 1910년 한·일병합 때 일제에 단돈 5달러에 팔렸다가 곧바로 미국인에게 다시 10달러에 팔렸다. 2005년 본지 박보균 대기자의 『살아 숨쉬는 미국역사』를 통해 그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2012년 8월 우리 정부가 소유주인 흑인 변호사 젠킨스로부터 350만 달러에 사들이며 102년 만에 되찾게 됐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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