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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한계드러낸 찻잔속의 태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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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설>유정회 백두진의원의국회의장선출을 둘러싸고 야기된 개원국회의 공전사태는 여당이 내세우는 대화정치의 한계성과 5월 전당대회를 앞둔 신민당의 집안사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빚어진 현실정치의 한단면이다.
이번 사태는 지역구 출신이 아닌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하는데 찬성할 수 없고 그 반대표시를 「퇴장」이라는 방법으로 행사하겠다는 신민당측 결정에 대해 여당이 이를 체제도전으로 규정하는 과잉방어를 함으로써 빚어졌다.
여당이 심야당무회의를 열어가면서까지 강경대책을수립한것은 「체제내의 정치발전」이란 한계를 명확히 긋는 동시에 지난 총선에서 「1.1%승리」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높여가려는 야당에 대해 초반에 쐐기를 박아 버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초 여당은 야당의 백두진의장선출반대를 비교적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퇴장반대」로까지 행동통일을 안할것으로 보았고 설사 퇴장하더라도 단순한 반대의사 정도로 해석했던것 같다.
말하자면 김옥선파동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야당이 설마 「체제도전」으로까지는 나오지 않을것으로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신민당이 몇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강경이 도를 더해 이것이 「퇴장」방침으로 굳어지자 유신체제에대한 도전으로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이과정에서 국회나 당권밖의 의사가 가미됐을 가능성은 있다. 신민당이 「퇴장」방침을 세우게된 것은 5월전당대회를 겨냥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조명성」경쟁 때문이다.
이 문제를 놓고 이철승대표와 송원영총무를 중심으로한 당권파는 줄곧「참석·반대」라는 온건론을, 김영삼전총재를 비롯한 신도환·이민우 의원등비당권파는 「퇴장」이라는 강경론을 펴왔다.
당권파는퇴장론이 이대표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비당권파의책략과 현실정치의 어려움을 모르고 낭만적 민주주의에 도취되어 있는 일부 초선의원들의 가세에서 비롯된것이라고 공공연히 비판하고있다.
그러나 비당권파는 이문제가 당권의 차원을 떠난 야당존립의 문제이며 만약 이번에 굴복 한다면 야당이 추구하는 정치발전이나 의회정치의 활성화가 공염불에 그치고말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유야 어떻든 본질적인 문제도 아닌 선출반대방법을 둘러싸고 10대국회가 개원을못해「국회부재」상태를 일시나마 야기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퇴장」만은 용납치 않겠다는 여당이나 행동통일과시라는 「명분」때문에 내연을 드러낸 야당이나 국회부재사태를 초래한 책임은 양쪽에 다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여야가 모두 일보의 후퇴를 하지않는한 국회공전사태가해소되긴어렵다.
야당이 반대원칙을 당론으로 정하되 반대방법은 의원각자의 양식에 맡기든지 여당이 퇴장도 국회법이 허용하고 있는 반대의사표시의 하나라는 인식에서 서로 양보 점을 찾는다면 사태해결은 순조로울 수도 있다.
이 문제보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도 여야협상에 따라 해결해왔던 종전의 예에 비하면 이번의 여야대치는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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