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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쏘아올린 첩보위성 한반도 상황 손금 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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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미군은 이번 이라크전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궁을 조준 사격하듯 미사일 공격으로 초토화시켰다. 폭격 전후가 비교된 그 장면들은 전세계 방송망을 타고 안방으로 배달됐다.

그같은 조준사격과 폭격 장면을 촬영한 것은 이라크 상공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감시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첩보위성이 만든 합작품이다.

첩보위성은 이처럼 현대전의 필수 무기이자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일본이 지난달 말 첩보위성 두기를 쏘아올렸을 때 우리나라와 북한.중국 등 주변국들이 바짝 긴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일본이 손금 들여다보듯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첩보위성의 성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방 1m를 한 점의 형태로 알아볼 수 있는 광학망원경과 비.구름이 끼어 있을 때도 지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레이저망원경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면 지상의 차량 종류나 건물, 도로의 폭 등 웬만한 것은 다 식별이 가능하다. 첩보위성이 돌고 있는 우주궤도는 보통 3백~6백㎞의 저궤도. 최대한 지상에 바짝 붙으면서도 수명은 길게 할 수 있는 높이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지상으로 더 바짝 붙어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체 식별력이 훨씬 높아진다. 일본 첩보위성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미국 상업용 위성인 '아이코너스'의 경우 금강산 댐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차량의 번호판을 읽거나 탁구공 크기만한 물체를 식별하지는 못한다. 미국의 가장 뛰어난 첩보위성도 마찬가지다. 첩보위성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미국의 '키홀'의 경우 직경 3m, 길이 12m의 망원경을 장착했다. 물체 식별력은 사방 15~20㎝를 한점으로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일본 위성은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반도의 군사이동 상황이나 야포의 위치, 차량이 시동을 걸고 있는지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또 군용 비행장에 나무로 모조 비행기를 만들어 놔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폭격할 수 있다.

경희대 정보통신대학원 박경윤 교수는 "대부분의 첩보위성에는 광학.적외선.레이저 망원경 등이 장착되어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물체를 식별하기 때문에 위장도 잘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외선 카메라는 이스라엘과 이라크전 때에도 그 진가를 발휘했었다.

이라크는 모형 전투기를 만들어 비행장에 진짜 비행기와 섞어 놨는데 이스라엘은 진짜 비행기만 폭격했다.이스라엘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사전에 어느 것이 진짜인지 파악해놨기 때문이다.

첩보위성이 한 지점을 계속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15분 내외며, 하루에 14번 정도 지구를 돌며 통과 지점의 사진을 촬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같은 지점을 통과하는 횟수는 2~3회다. 일본이 첩보위성 두기로 번갈아 한반도를 들여다 본다면 최소한 하루에 5번 이상은 가능한 셈이다.

일본은 앞으로 첩보위성의 수를 더 늘리고, 2008년에는 물체 식별력이 50㎝인 고성능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의 움직임은 일본의 눈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첩보 위성이 하루에도 10여번씩 지구를 도는 것은 지구의 인력에 끌려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시속 2만~3만㎞로 돌면 지구의 인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뤄 같은 궤도를 돌 수 있다.정지궤도에 떠 있는 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이 계속 한 지점 위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일본 첩보위성 수준의 물체 식별력을 가진 상업용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많은 수의 첩보위성을 운용 중이다.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위성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박방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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