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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원로 목자들 '참회의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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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주최 조찬 기도회에서 기독교 지도자로서 교회 일치와 이웃 사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던 자신을 뉘우치고 있는 강원용(左).김창인(中).조용기 목사.[뉴스앤조이 제공]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남은 인생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습니다.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목사들이 후배와 신도들이 보는 앞에서 종교인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 동안 지은 잘못을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8일 오전 7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300여명이 가운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주최로 열린 월례 발표회에서다.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김창인(충현교회)·강원용(경동교회)·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이 차례로 나와 15분씩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죄를 회개했다.

김창인 목사는 해방 이후 교회재건운동을 펼치면서 교회의 분열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김 목사는 "해방 후 개신교는 일제 때 신사참배 문제를 놓고 장로교와 고려파로 분열했는데,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한번은 능력이 뛰어난 어떤 분을 내 후임으로 추천했는데 총회가 이를 거부해 총회를 흔들어놓은 적이 있다"며 "1, 2년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 총회에 복귀했다. 당시 교만했던 나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강원용 목사는 "90년 가까이 살면서 내가 잘못한 것을 다 이야기 하라면 책 한 권, 아홉 시간으로도 모자란다"고 운을 뗀 뒤 개신교 내의 일치문제에 소홀했던 점, 환경문제에 무관심했던 점 등에 대해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그는 "1965년부터 불교.원불교 등과 종교 간 대화운동을 펼쳐오면서도 정작 기독교 내의 대화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서로 갈라지고 대립해 온 우리 개신교 안에서 참된 대화와 협력을 이루기 위해 힘썼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강 목사는 "기독교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놓여 있었는데,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은 '생명 중심 사상'이 가장 근본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 이웃인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교회는 아무 것도 못했다"고 돌아봤다.

강 목사는 이어 "우리나라는 해방 후 줄곧 위기가 닥쳐왔지만 이번이 진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전래 20~30년 만에 3.1운동을 주도했던 개신교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데 뭘 하고 있느냐"고 자문한 뒤 "교회의 지도자로서 안타깝고 부끄럽다. 숨을 거두는 날까지 오늘 반성했던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용기 목사는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가 제시한 '값 싼 은혜'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자신의 죄를 반성했다. 조 목사는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의 삶이 없는 '값 싼 은혜'를 가지고 살았다"며 "앞으로 율법과 계명을 받들고 은혜와 진리 속에서 새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또 "말로만 사랑을 외쳤고, 이웃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으며, 사회의 고통과 부도덕에 너무 침묵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있는 힘을 다해 사회의 정의를, 우주의 하나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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