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주최 조찬 기도회에서 기독교 지도자로서 교회 일치와 이웃 사랑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던 자신을 뉘우치고 있는 강원용(左).김창인(中).조용기 목사.[뉴스앤조이 제공]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남은 인생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습니다.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목사들이 후배와 신도들이 보는 앞에서 종교인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 동안 지은 잘못을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8일 오전 7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300여명이 가운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주최로 열린 월례 발표회에서다.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김창인(충현교회)·강원용(경동교회)·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이 차례로 나와 15분씩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죄를 회개했다.
김창인 목사는 해방 이후 교회재건운동을 펼치면서 교회의 분열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김 목사는 "해방 후 개신교는 일제 때 신사참배 문제를 놓고 장로교와 고려파로 분열했는데,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한번은 능력이 뛰어난 어떤 분을 내 후임으로 추천했는데 총회가 이를 거부해 총회를 흔들어놓은 적이 있다"며 "1, 2년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시 총회에 복귀했다. 당시 교만했던 나를 반성한다"고 말했다.
강원용 목사는 "90년 가까이 살면서 내가 잘못한 것을 다 이야기 하라면 책 한 권, 아홉 시간으로도 모자란다"고 운을 뗀 뒤 개신교 내의 일치문제에 소홀했던 점, 환경문제에 무관심했던 점 등에 대해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그는 "1965년부터 불교.원불교 등과 종교 간 대화운동을 펼쳐오면서도 정작 기독교 내의 대화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서로 갈라지고 대립해 온 우리 개신교 안에서 참된 대화와 협력을 이루기 위해 힘썼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강 목사는 "기독교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놓여 있었는데, 우리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은 '생명 중심 사상'이 가장 근본에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 이웃인 지구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교회는 아무 것도 못했다"고 돌아봤다.
강 목사는 이어 "우리나라는 해방 후 줄곧 위기가 닥쳐왔지만 이번이 진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전래 20~30년 만에 3.1운동을 주도했던 개신교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있는데 뭘 하고 있느냐"고 자문한 뒤 "교회의 지도자로서 안타깝고 부끄럽다. 숨을 거두는 날까지 오늘 반성했던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용기 목사는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 회퍼가 제시한 '값 싼 은혜'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자신의 죄를 반성했다. 조 목사는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의 삶이 없는 '값 싼 은혜'를 가지고 살았다"며 "앞으로 율법과 계명을 받들고 은혜와 진리 속에서 새 사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또 "말로만 사랑을 외쳤고, 이웃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으며, 사회의 고통과 부도덕에 너무 침묵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있는 힘을 다해 사회의 정의를, 우주의 하나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