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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들 80년대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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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필리핀」수도 「마닐라」의 동남쪽 65km지점, 「라구나」의 「로스·반요스」에 이르면 통칭「이리」(IRRI)라 불리는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가 있다.
「홍콩」이 인종전시장이라면「이리」는 다국적벼의 집하장-. 각국의 벼 4만여종을 한눈에 볼수있다.

<실험농장만 2백50ha>
「마키링」산아래 넓게 자리잡은 2백50ha의 실험농장이 말해주듯 벼에관한한 개발연구기관으로서는 단연 세계제일.
세계 20여개국으로 부터 선발, 파견된 42명의 석학들이 미곡증산을위해 종자경신·변충해방제·농기패개발등 공동연구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국을 포함, 각국이 자국의 미곡증산을 위해 파견한 연수생만도 3백여명으로 가히 「세계는 한집안」을 실감케 해준다. 여기에 인부등 종업원이1천5백여명.
「후진국의 식량자급을 돕자」-.
「이리」는 세계적인 재단「포드」및「록펠러」의 의지와 공동출자에 의해 1960년 설립됐다.
당시는 조촐한 연구기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세계각국으로부터의 관심과 중요성이 인정되어 지금에 와선 연간예산1천5백만「달러」 (75억원)를 다루는 방대한 개발연구「센터」가 됐다.
미국·영국·일본·서독등 선진국은 물론 ADB·IBRD등 국제금융기관마저기금을 희사해 명실공히 국제합작「센터」.
이 연구소는 실험농장외에 본부·도서실·강당·강의실·공보실이 있는 행정건물과 조사연구실·실험실·저장실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남녀별 연구생 기숙사와 과학자를 위한 「아파트」 그리고 1백석의 식당도 갖춰져있다.
실험농장의 대부분은 연구실험에 사용되지만 모든 국가에 개방, 그중 일부는 되지만 모든 국가에 개방, 그중 일부는 한국포장처럼 겨울이 있는 나라들의 실험포장 또는 증식포장으로 이용된다.
실험농장에는 1ha에 최고 24t까지 생산할수 있는 10단계농장이 있어 증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생산량은 1ha에 7t안팎. 10단계농장은 모를 심는것부터 수확하는 것까지의 과정을 10단계로 나눠 10개의 포장을 만들어 심는것과 동시에 수확할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주곡인 쌀을 한때 수입해야만했던 한국이 77년 식량자급을 이룩할수 있던 것은 이 연구소의 존재가 가져다 준 결과였다.
우리나라는 「이리」가 개발해 「기적의 볍씨」라고 명명된「IR8」품종을 이용, 통일품종을 개발함으로써 이해 연간 30%라는 증산기록을 세웠다.

<쌀 4만여종수집연구>
통일은 유묘기에 냉해에 약하고 쌀알이 흩어지는등 맛이 우리식성과 체질에 맞지 않아 환영을 받지 못했던 품종.
그러나 통일은 증산이라는 목표달성과함께 재생통일·유신·이리·수원·밀양·내경등 보다 한국인식성에 맞는 우량품종을 개발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농촌진흥청·서울대농대·「이리」의 합작품인 통일은 일본북해도에서 개발된「유가라」 품종과 대만의 인도형품중 「대중재내l호」를 교배시켜나온 품종을 다시 「IR8」에 교배했다.
여기서 나온 품종을 거듭 거듭 교배하는 6년간의 시험재배 끝에 개발된 것이다.
하절기에는 우리나라 포장에서, 동기에는 이 연구소로 공수되어 실험되고 증식되는등 국제적 협조가 진행됐다.
71년 장려품종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부터 전국농토의 10∼22%에 확대재배되어 일반품종이 10a당 평균 3백51kg이 생산되는데 비해 5백3kg이란 증산기록을 세웠다.
이같이 우리나라는「이리」와 단순히 연수생 파견 이상의 밀접한 상호 의존관계를 맺고 있다.
이곳의 식물실험「센터」에서는 기온·습도·병충해등 여러가지 조건아래 벼가 성장하는 모양이 연구된다.
저장실은 각국에서 수집된 전세계 4만여종의 쌀을 장기·중기·단기저장소별로 구분해 저장, 쌀과 기온과의 상호작용, 다른 환경 조건아래서의 병과 벌레의유항등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학자도 8명파견>
세계에 깔려있는 농업연구기관은 이곳을 합쳐 모두 10개소.
하지만「이리」가 가장 역사가 깊고 오직 쌀에 관한 문제만을 개발연구하는「센터」이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제국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국이「이리」와 첫 인연을 맺은것은 64년.
서울대농대의 허문회교수 (현재는「네팔」근무)가 연구생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비롯됐다.
훈련생·학위과정보조장학생 자격으로 이곳을 거쳐간 한국인은 l백여명. 현재도 안상원박사(34·식물변리전공)등 8명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해마다 0.5ha의 묘포장율 빌어쓰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는 수원276∼280, 이리342∼343, 밀양45∼47등 11가지 신품종 l천5백그루씩을 심어 증식사업을 펴고있다.
이를 위해 곽룡호씨(34·영남작물시험장근무)와 이영희씨(33·농업기술연구소근무)등 2명이 파견되어 연구하고 있다.
이밖에 김부규(37·농업기술연구소)·곽봉순 (32·농촌진흥청작물시험장)·이규승(27·농촌이용소)·김순철 (32·영남작물시험장)씨등 4명과 홍일점으로 손영희씨(26·농촌진흥청작물시험장)가 석사·박사과정 또는 연수를 위해 와있다.

<버려진땅 활용책연구>
쌀의 품종개량이라는 주요 임무외에 현재까지 「이리」가 발전시킨 관련사업은 영농 및 기술지도·재배법개선·벙충해방제·이론체졔정립 그리고 농기구 설계등등….
한걸음 더나아가 77년부터 인구증가에 대처하기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쌀을심을수 있는 땅을 더 많이 확보하기위해 버려진 땅, 못쓰게 된 땅에 벼를 심을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소측은 비록 생산량은 적을지라도 부분적이나마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73년이래 소장직을 맡고있는「N·C·브래디」박사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등 인구에 비해 비옥한 토지가 적은 나라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식량자급을 달성하기가 어렵지만 태국·대만·「필리핀」·「말레이지아」등 최고 4모작까지도 가능한 기후조건을 가진 나라가 많고 증산에 역점을 두고 있는 국가들이 늘고있는 추세여서 세계적인 식량부족현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것이라고 낙관했다.
「마닐라」=이돈행·장공근·이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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