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부대에 이상한 고참 있다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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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사고 희생자 중 한 명이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에 가족들에게 부대 내에 관심병사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율곡회관에서 만난 한 유가족 동생은 “형이 5월 중순께 휴가 나와서 ‘부대에 이상한 고참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고참이 누구인지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동생은 “(그 고참 때문에) 형이 귀찮은 일이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부대 내에서 관심병사 문제와 관련한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부대 내 모두가 알았을 텐데도…”라고 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22일 새벽 율곡부대 숙박·편의시설인 율곡회관에 모였다. 휴가 나온 형의 얘기를 전한 유가족은 지난 21일 오후 11시30분쯤 집에 걸려온 군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소속이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OO 동생 되시죠? 형이 사망했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 뒤 국방부 대표번호로 전화하는 등 수차례 연락을 거쳐 이튿날 오전 3시에 겨우 군 관계자와 재차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그는 또 “군 관계자들이 아무것도 알려 주는 것 없이 무조건 언론과 인터뷰를 삼가라고만 한다”고 전했다. 이날 율곡회관에서는 희생된 김영훈(23) 하사의 유족도 있었다. 김 하사는 5세 때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이모와 이모부 권선언(50)씨 밑에서 자랐다. 이모는 몇 해 전 암으로 사망했다. 이모부 권씨는 “영훈이가 심성이 착할 뿐 아니라 조리학과에 입학해 자격증도 여러 개 딸 정도로 학업에 열심이었다”고 전했다. 김 하사는 2012년 9월 입대해 11월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고성=윤호진·채승기·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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