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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은 간질환 불씨 … 건강검진 의무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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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 간염은 중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씨다. 일단 감염되면 서서히 만성화되면서 간세포를 파괴한다. 예방백신이 없어 미리 대응하기 힘든 데다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 쉽다.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발병률의 15%가 C형 간염이 원인이다. 간암 발병률 1위인 B형 간염을 제치고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는 배경이다. 간염은 드러내지 않고 세력을 넓혀 나가다가 어느 순간 불길이 커지면서 건강을 파괴한다.

대한간학회를 주축으로 한 ‘2014 간질환 연관 첫 국제학술대회’에서도 C형 간염이 집중 논의됐다. 지난 13일 제주도 학술대회장에서 한국간재단 서동진 이사장(비에비스나무병원)을 만나 C형 간염의 위험성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 회장을 역임한 국내 간질환 진단 및 치료 분야 최고 권위자다.

C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A·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서다. 서 이사장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C형 간염이 혈액을 통해 퍼진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무심코 돌려쓰기 쉬운 면도기·칫솔·손톱깎이·이발기 등을 사용하다가 감염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침·주삿바늘로 치료·문신·반영구화장(눈썹·아이라인)을 할 때도 위험하다. C형 간염 혈액검사가 도입되지 않은 1991년 이전에 수혈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벼운 키스나 모유수유·식사 같은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문제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방치하는 데 있다. 서 이사장은 “C형 간염은 간경변증→간암으로 이어지는 간질환 첫 단추지만 일반 건강검진 항목에 빠져있어 조기검진이 어렵다”며 “나도 모르게 간염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실제 B형 간염보다 발병연령이 10년 이상 늦다. 50·60대일수록 C형 간염 위험이 높다. 만성화 비율도 높아 서서히 간 질환이 악화한다. 정기적인 C형 간염 검사가 중요한 이유다. 서 이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C형 간염을 의무적으로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진으로 C형 간염 환자를 찾아 치료하면 간경변증·간암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 시기도 중요하다. C형 간염은 빨리 치료할수록 완치율이 높아진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 섬유화로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서 이사장은 “한국은 비교적 치료 효과가 좋은 유전형을 갖고 있다”며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활용되는 C형 간염 치료법은 페그인터페론 성분의 주사요법과 리바비린 성분의 약물을 함께 투약하는 병용요법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6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간 건강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금주·금연 등을 실천하고 인진쑥·녹즙 등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은 따르지 않는다. C형 간염 등으로 간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도 간에 부담을 준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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