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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의 중국 엿보기] 방한 시진핑이 한국에 바라는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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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29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손님 접대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중 시 중국 측이 보인 ‘의전 외교’는 깍듯했다.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은 그에 상응하는 정성으로 중국 손님을 맞이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큰 진전을 얻어내려고 하고, 그 대가로 한국에는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의 정치적 지지를 실어준다는 틀에서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첫째, 중국은 한·중 FTA에서 한국이 사실상 양보를 해주길 바란다. 이 문제를 두고 11번의 협상을 거쳤으니 이쯤에서 한국이 도장을 찍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성과를 내기 원하는 가장 큰 의제다.

이번 방한에서 시진핑이 경제외교 방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중국 국내 정치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시진핑은 최근 국가 거시경제 정책의 총사령탑인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조장 자리를 차지했다. 줄곧 총리가 담당하던 분야다. 그 자신이 정치뿐 아니라 경제까지 쌍두마차를 직접 장악하는 모습은 얼핏 보면 그가 마오쩌둥 시대처럼 1인 권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 보여질 수도 있지만, 정작 중국 내부의 관찰자들은 이것이 실은 공산당 원로를 비롯한 지도부가 ‘허락’해준 것이라고 본다. 다수의 지도자들이 합의를 봐야 하는 중국 특색의 집단지도체제하에서 개혁 속도가 더딘 것을 보고 시진핑 한 명에게 권한을 밀어줘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산당 지도부가 시진핑을 신뢰하고 또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그 첫 시험대가 됐다. 만약 시진핑이 한국에서 경제외교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귀국하면 그의 정치적 위상에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관찰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또한 이 논리를 한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한국으로부터는 FTA 양보를 받은 대신 중국 측은 한국과 북한 문제에 더욱 공조하는 모습으로 답하고자 한다. 특히 북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지난해 출범시킨 한·미·중 3국 간 전략대화에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표명할 수 있다. 이 전략대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이니, 국내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가진다.

셋째, 중국은 시진핑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 한국에 ‘큰 체면(大面子)’을 세워주는 것이라고 본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한국 언론 스스로 시진핑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 자체를 대서특필하며 그 중요성을 인정해 줬다. 중국이 한국에 큰 선심을 쓰고 있다고 느껴도 무방할 듯싶다.

한·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경제적 실익과 정치적 상징성을 서로 교환하는 장으로 삼아, 그 성과를 각각의 국내 정치홍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이상의 전략적 그림의 초안을 그리고 있다. FTA는 양국 간에 경제협력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안보 협력으로의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한국과 중국처럼 지리적으로 이웃일 경우 이러한 지정학적 연계성은 훨씬 커진다. 중국은 한국과 긴밀한 경제 밀착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자연스레 확대하려 한다.

언론에 가시화되진 않겠지만 그 함축적 의미의 궁극적 종착역은 미·중 간의 줄다리기 사이에 낀 한국이 미래에 중국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한국도 순진하지 않다. 한·중 관계를 심화시켜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더 잘되면 중국으로 하여금 ‘이제 북한과 한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밀월 관계’라 불리는 한국과 중국 관계도 사실 가만히 속을 들여다보면 정략적 ‘조건부 만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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