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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선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가 남북대화를 촉구한지 며칠후에 북한의 한 통신사는 일방적으로 대남비방 중지를 선언하고 그안에서『구두 혹은「직관선전」을 중지하겠다』고 했다. 「직관선傳」-우리에겐 참으로 생소한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이희승씨의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직관이란 「일반적으로 판단·추리등의 사유작용을 덧보태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 즉 쉽게 말하면「얼른바르게 본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바르게 보는것」도 어렵지만 「본다」는 것 자체가 여러가지라 할 수 있다.「본다」는 것을 선에서는 육안으로 보는 견과 마음으로 보는 관의 둘로 크게 나누고 있다.그리고 바르게 본다는 것은 바로「관」을 뜻한다.
「앙드레·지드」가 한 말에 이런게 있다.
『소설가에게 있어서는 「보는」신경이 주인이며 「생각하는」신경은 그 하인이 된다』 고. 「지드」는 이때 「직관」이 중요하다고 말하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라는 뜻은 아니었다.
「지드」는 사실은 여기서 「베르그송」의 직관론을 강조하고 있는덧인지도 모른다.
「베르그송」은 합이적 사고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성의 힘만으로는 진실을 인식할 수 없으며 직관의 힘울 빌어야한다고 여겼다,
물론 「베르그송」의 직관은 선에서 말하는 직관보다는 몇십곱 더쉽다. 그저 공감만 할 수 있으면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쓰이는 「직관」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철학적인 뜻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의 「조선말 사전」에 의하면 「지각」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깊은사고나 사려없이 대상을 곧 알아 분별하는것」을 뜻한다, 이 말은 또 교육용어로서는 「감각기관에 의하여 직접 외부세계의 사물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음」 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다시말해 북한측이 중지하겠다는「직관선전」은 그림·도표·선전판따위 시청각기재에 호소하는 대남비방을 하지않겠다는 뜻이 되는가 보다. 어느 사이엔가 말의 뜻이 이렇듯 전혀통하지않게 된것이다.
남북의 참다운 대화는 정말로 어렵게 됐다는 것을 더욱 실감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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