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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최대 31달러 차이 … 환전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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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8일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율을 살펴보고 있다. 외화 환전 시 환율전문가가 아니라면 수수료가 싼 은행을 찾아 환전하는 게 최선이다. [오종택 기자]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번 여름에도 해외여행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환전이다. 특히 빠듯한 예산으로 장기 여행을 떠나는 배낭여행객의 경우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면 ‘환테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환테크의 첫걸음은 환전수수료를 줄이는 것이다. 외국 돈을 살 때는 기준 환율인 매매기준율에 일정한 수수료가 붙는다. 은행이 들이는 비용과 약간의 이윤을 포함한 환전수수료다. 당연히 환전수수료를 많이 할인받을수록 싸게 환전할 수 있게 된다.

 환전할 땐 되도록 공항은 피해야 한다. 모든 은행 지점 가운데 환전 비용이 가장 비싸다. 17일 최초 고시환율을 적용해 원화 100만원을 미국 달러로 바꿀 경우 공항 지점에서는 947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내에서 미리 환전하면 최고 978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100만원당 30달러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가장 저렴하게 환전할 수 있을까. 정답은 기업은행 서울역 환전센터다. 이곳에서는 달러·엔·유로 등 주요 통화를 환전할 때 수수료를 90%까지 할인해준다. 다른 통화도 60%의 우대(할인)율을 적용한다. 서울역 내 공항철도 도심공항 터미널 입구에 있는 이 센터를 이용하면 다른 장점도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는 점이다. 그만큼 찾는 고객이 많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이윤희 과장은 “보통 하루에 600명 이상 찾아온다. 특히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부터는 고객이 줄을 이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려면 대기시간까지 고려하고 가는 것이 좋다. 17일 오후 6시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도 38명이 대기 중이었다. 20만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한 김태헌(19)씨는 “한 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늦은 시간까지 환전이 가능한 곳이 별로 없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환전 금액이 1인당 10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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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에는 우리은행 환전소도 있다. 환전수수료 할인율이 달러의 경우 85%로 기업은행보다 약간 낮지만 기업은행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6시에 문을 연다. 마감시간은 오후 10시로 같다. 서울역 지하 2층에 있어 상대적으로 대기인원도 적은 편이다. 17일 오후 6시 대기인원은 20명 정도였다. 환전 금액 한도도 조금 더 넉넉한 편이다. 달러·엔·유로의 경우 500만원, 나머지 통화는 200만원까지 환전해준다.

 다만 두 은행 모두 화폐 권종별로 10장까지만 환전이 가능해 실제 환전 가능 금액은 이보다 더 적어질 수 있다. 이날 40만원을 홍콩달러로 환전한 이은영(30)씨는 “일반 은행 지점에서 환전할 때보다 4000~5000원 정도를 더 할인받았지만 권종별 제한이 있어 더 많이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전할 금액이 소액이라면 ‘비교우위’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환전할 경우 인터넷 환전으로도 976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서울역 환전소보다 2달러 적지만 차비나 소요시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각 은행에서 진행하고 있는 환전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각 은행들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대대적인 환전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는 23일부터 연말까지 환전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 우대쿠폰을 출력해 가면 영업점에서 통화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90% 우대해준다. 다만 쿠폰 출력 시 이 은행 인터넷뱅킹에 로그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외환·하나은행에서는 8월 말까지 ‘쿨 섬머 환전 페스티벌’을 한다. 영업창구에서 달러·엔·유로화 환전수수료를 70%까지 깎아준다. 외환은행은 이와 별도로 환전액이 큰 고객에게 무료 여행자보험을 들어준다. 우리은행도 9월 12일까지 500달러 이상을 환전하는 고객에게 달러·엔·유로 환전수수료를 60%까지 우대해준다. 여기에 최근 2년간 우리은행에서 환전한 실적이 있을 경우 10%포인트를 추가로 깎아준다. 농협은행은 인터넷을 통해 환율 우대쿠폰을 출력해 가면 달러·엔·유로 수수료를 50%까지 우대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면 우대율을 80%까지 높여주는 행사도 다음 달 14일까지 한다. 오승석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차장은 “외환 조달 비용 등을 따져보면 80% 이상 환전수수료를 할인해주면 마진이 남지 않는다”며 “환전 이벤트는 마진을 남기기보다는 적금·예금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환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환전을 신청하고 결제를 완료한 뒤 가까운 영업점에서 외화를 찾는 형식이다. 다만 주요 통화가 아니면 인천국제공항지점 등 일부 지점에서만 찾을 수 있다. 환전 신청 뒤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인터넷 환전 때 수수료 할인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달러·엔·유로의 기본 우대율이 50%이고 최대 90%까지 깎아준다. 단점은 최대 우대를 받는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것. 5000달러 이상 환전해야 최대 20%포인트를 우대해주고 6개월 이내에 인터넷 환전 실적이 있을 경우 10%포인트를 추가 우대해주는 식이다. 기업은행은 환전액이 50달러를 넘어서면 달러·엔·유로 같은 주요 통화에 대해 최대 60%까지 우대해준다. 산업은행은 인터넷 거래 시 우대율이 30%에서 최대 70%까지다. 최대 70% 우대율은 수신 평균잔액이 3억원 이상인 고객에게만 적용된다. 씨티은행은 금액에 따라 환전수수료 우대율을 차등 적용한다. 미국 달러를 100~1000달러 환전하면 수수료를 60% 깎아주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은 인터넷 환전 때 달러·엔·유로에 대해 50% 우대 혜택을 준다. 위안화나 홍콩달러 등 기타 통화의 우대율은 30%다.

 마지막 팁. 출국 때 외국돈을 지폐가 아닌 동전으로 환전하면 약간의 우대를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머니가 무거워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입국 때 외국 동전을 원화로 바꾸려면 아예 안 되거나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외국 동전은 되도록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고 오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안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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