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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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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등소평을 선정했다. 꼭 50년 전인 1938년엔 장개석 총통이 그 인물로 뽑혔었다.
우연의 역사치고는 너무도 「아이러니컬」하다. 1938년은 중·일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째 되던 해다. 그 무렵 일본은 지구전에 지쳐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장개석의 국민정부는 그해 말에 수도를 중경으로 옮기고 항전을 계속 했다.
그러나 국부군의 적은 전선 아닌 내부에 있었다. 팔로군의 「게릴라」전으로 중국의 공산당세력은 이른바 「해방지구」를 하나·둘 넓혀 가며 그들의 실속을 차리고 있었다. 장개석은 총부리를 안으로 돌러 중공군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해가 1938년이었다.
장개석은 그래서 세계「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역사의 무대는 어느덧 바뀌어 장개석 총통은 과거의 인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정치적 유산인 영토조차도 동지나해의 한 섬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의 정치적 명운은 이제 세계인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타임」지는 이 역사의 어이없는 회오리 속에서 『새 중국의 설계자』로 등소평을 지목했다. 지하의 노장은 오늘 무엇을 생각할지 궁금하다.
1백50cm의 『오똑이 노인』으로 불리는 이 인물은 오늘 8억의 중공을 국제무대의 거인으로 끌어낸 술수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긴 그는 오늘의 중공을 「사상의 미몽」 속에서 일깨워 「경제의 근대화」를 외치고 있다. 그 자신이 이전 삼기의 정치적인 고초를 겪으면서 입신·재기하는 집념과 권모의 화신이다.
그는 일찌기 「프랑스」유학을 통해 서구세계의 「매너」와 「스타일」을 익혔고, 모택동의 장정에도 참여해 중공에 대한 정신적인 부채도 없다. 이를테면 모택동 이후의 중공을 이끌어 가는 정치기술자로는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세계는 아직 그를 의시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상냥해 보이는 미소 뒤엔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모른다.
장개석 총통의 후예인 대만의 장경국 총통은 지금도 중국통일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타임」지의 표지화에 「클로스업」이 된 등소평의 얼굴은 유들유들한 모습을 담고 있다. 웃음 짓는 표정과는 또 다른 인상이다. 곁눈질을 하는 그 표정은 어딘지 노련한 고양이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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