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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결한 식생활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시내의 대중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음식과 식기 등에 엄청난 양의 대장균이 득실거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당국이 시내 50개 음식점·다방·술집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 조사결과에 따르면 돼지족발 1g에서 자그마치 1백 억 무리 (군)의 대장균이 검출됐는가 하면, 어느 왜식 집 메밀국수 판에서는 92만 무리의 대장균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조사대상 업소의 제품 가운데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상치·게장·단무지·자장면을 비롯 수저·찻잔 등 식기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고 거기서 검출된 대장균의 양도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데서 우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물론 대장균은 그 자체로서의 병원성은 없다.
그러나 대장균의 오염도는 바로 피 검 물의 청결 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보건 위생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장균이 대량으로 검출된다는 것은 다른 일반 세균에 의한 오염도도 그만큼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대장균에 오염된 비위생적 음식이나 식기 사용업소에 대한 대책은 국민건강의 보호를 위해서 매우 긴요하고도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음식점 업소의 불결한 환경은 무엇보다도 업자와 종업원들의 비위생적·생활관습 및 조리방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중 음식점의 대부분은 손님이 먹다 남긴 반찬이나 음식물을 재 사용하는 것을 예사로 여기고 있다. 예컨대 손님이 남긴 족탕의 경우 뼈를 모아서 해장국에 다시 사용한다. 생선회나 생선뼈는 거의 생선찌개에 재 사용된다. 여기다 우리나라의 부엌에서는 자고로 물의 사용량을 되도록 이면 제한하려는 습관이 있다.
수저나 식기·행주 등은 흐르고 있는 물에 세척을 하면 훨씬 청결해지는데도 물을 절약하기 위해 받아 놓은 물을 몇 번씩 거듭 사용한다. 특히 행주는 이 때문에「세균의 온상」이 되고 있다. 깨끗하고 위생적 식생활을 위해서는 이와 같이 낙후된 조리 습관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식품의 품질 자체가 안전하고 조리 시설이 과학적인 것이라 해도 그것을 취급하는 사람들이 식품의 저장과 포장, 그리고 조리를 불결하게 하고 수저와 식기의 소독이나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위생적인 식생활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고도 성장을 하고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있다 해도 식생활 환경이 이처럼 비위생적이고 불결하다는 현실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업소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 관계 당국은 먼저 음식물 별로 대장균 허용 기준치를 마련함으로써 유해·불량 상태의 개선 근거를 설정해 주기 바란다.
이러한 기준의 설정은 단속·적발된 유해·불량 업소를 처벌하거나 규제하는데 있어서 공신력 있는 증거 자료로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처럼 식품에 대한 위생 관념이 희박하고 식품 관계업자의 상도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식품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은 관계 당국의 강력한 단속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음식업소의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미비점의 보완과 함께 관계 당국의 철저한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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