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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약·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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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신민·통일 당이 모두 10대 선거공약을 유권자 앞에 내놓았다.
80년대의 한국을 젖과 꿀이 흐르는「가나안」복지로 그려놓은 공화당의 미래형 공약에 신민당은「공화당 정권의 10대 비정」이라는 과거형 고발장을 들고 나온 것이 특색.
야당은 △현대「아파트」특혜분양사건 △성악 현「스토리」 △경북 도교위 사건 등 3대「스캔들」을 비롯하여 공화당 정권의 발자취를 추적할 때 공화당 후보들은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때마침『지역사업도 공약할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8대 때는 법으로 금했고 9대 때도 이 정신을 살렸으나 10대에 들어와 새삼스레 부활됨으로써 지역사업 공약과 공약이 만발할 조짐.
지난 67년 6·8선거 때는 선심공약·기만공약까지 쏟아져 선거용 기공식 외상공사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역사업공약이 여당·무소속 실력자 등에게 유리하고 야당엔 불리한 것이어서 공약논쟁은 선거기간 중 과연 할듯하다.
후보들의 공약은 대별하여 정치공약과 사업공약의 2종으로 나눌 수 있다.
대체로 여당후보들은 구체성 있는 사업공약, 야당·무소속 후보들은 추상적인 정치공약으로 흐르는 경향이나 양자를 배합, 혼용하는 후보도 많다.
『낮잠 안자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추곡수매가가 행정부의「펜」대 하나로 결정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
(김봉조·충무-거제)는 정도는 정치공약-.
『농민의 아들로 농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유용근·수원-화성), 『관에 의한 관을 위한 관의 통치시대를 끝내고 민에 의한 민을 위한 민의 시대를 열겠다』(이택돈·안양-시흥), 『국민을 속이는 한국정치 풍토를 개선해보겠다』(황호동·강진-영암)는 것 등도 정치공약.
김영삼씨는『평화적 정권교체가 오는 그 날까지 어떠한 탄압과 박해를 받더라도 투쟁할 것』이라는 거국형 공약파.
이와는 달리 신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정읍의 이원배씨는『당선되면 다른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 신민당을 깨우쳐 주겠다』고 내 놓았고『「아내의 헌장을 만들겠다』(박학내·청주-청원)는 애교 있는 포부가 있는가하면 조세형씨(성북)는『야당 안에 참신한 바람, 새로운 정치「스타일」을 개발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결심이며 정대철 의원(서울종로)은『당내소장「그룹」에 적극 가담하여 일하겠다』고 구당 선언.
지역사업공약은 여당 쪽에서 폭발.
김종필씨의 지역구 출마가 결정되자 부여에서는 벌써부터『백제권의 대대적 개발론』이 나왔고 김씨 스스로도 19일 귀향, 『개발계획이 거의 완성돼 내년부터 착수될 것이다』고 했고 지역구 유지들로부터『부여∼강경 교량가설이 급하다』는 등 대소 10여건의 지역 숙원 사업을 건의 받고『그것은 해드리도록 하겠읍니다』고 약속.
이효상 공화당 의장서리(대구 동-남구)가 여성 속을 노린「남녀평등」을 공약1호로 내놓았고 민관식씨(서울종로-중구)는 여당답지 않게「소득재분배」「저소득층 보호」등을 공약.
친여 무소속인 김진만씨(강릉-삼척)쪽에서는 정일권 국회의장(속초-양양-고성-인제)이 설악산개발, 도로확장 등 눈에 띄는 개발업적을 올리자『남부강원도「거물」뽑아 지역개발 확대하자』며 도로·다리건설 등을 공약하고 있으며 길전식씨(영광-강율-완도)는 완도∼제주간「페리」호 취항, 구태회씨(진주-사천-삼천포)는 △남강교 착공△경상대 이전△공비설립, 박종규씨(마산-창원)는 △진해시 중앙동 국유지 불하 △창원공단공해대책 수립, 이만섭씨(대구 중-서구)는 대구직할시 승격, 서영수씨(공화·울산-위주)는『재래민과 외래인이 공존할 수 있는『울산 합중시 건설』을 약속해 놓고 있다. 판잣집 속을 업어야하는 공화당의 정내혁(성북) 신오철씨(도봉)는『판잣집 철거를 몸으로 막는다』며「내 집문서 갖기 운동」(양성화)전개를 공약.
정석모씨(공주-논산)는 충남지사 경력을 배경으로『남보다는 많은 사업을 해낼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고 조규순씨(순천-승주·무)는『내가 번 돈을 지고 갈 것인가. 고향의 발전은 나의 과제다』며 은근히 재력과 지역사업을 연계.
신 나의 고도경주에서 출마하는 박권흠씨(신민)는『신나는 화백제도로 세계민주정치의 발상지였다』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세계평화의 효시인 신라의 업적을 널러 알려 세계역사를 바로 잡겠다』는 학구적 공약을 하는가 하면『국회 회기 때를 제외하곤 고향에 와 있겠다』(채영석·이리-군산)는 고향상주 공약도 있고, 홍생자씨(무·서울 도봉)『7백만 근로자의 처우개선』『전「매스컴」종사자와 전 연예인의 처우개선』등 처우개선 보따리를 내놓아 이채.
야당 후보들 가운데도 여당의원 못지 않게 지역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 파들도 있어 김탁하 의원(인천)은 제2「도크」보완공사, 전화·항만시설확장을 계속하겠다고 했고 이기택 의원(부산-동래)은 동래 관광개발, 이택돈 의원(안양-시흥)은 반월·과천의 공단과 공원개발에 따른 원주민의 재산보호, 박영련 의원(원주-원성)은 강원도 땅 밑의 석탄과「시멘트」개발을 내놓았다.
진의종 의원은 모양 성 수복·변산반도 개발, 김현기 의원(군산-이리)은 군산외항·임해공단공사에 따른 공해예방을 각각 약속.
그동안 전국각지에서 후보들이 직·간접으로 내건 지역사업공약을 간추려보면△장경정씨(정읍-김제)=김제공단 정읍에 대형저수지 2개 건설 △채형철씨(군산-이리)=군산 외항림 해공단 공해예방 △박주현씨(고령-달성)=우야월 저탄장 이전 △이종근씨(충주-중원)=충주 경공업단지 조성 △황호동씨(영암-강진)=완도육교 △박권흠씨(경주-월성)=대구공항 국제공항화.
현역 중에는 6년 간 해온 지역사업의 업적을 선전하면서『계속 노력하겠다』는 말로 공약을 대신하는 방법도 채용.
김용태씨(대전)는 6년간의 지역사업 78개를「리스트」로 작성, 완료 53·착공 5·추진 20건이라고 귀향보고, 「추진 중」인 것에 관심을 집중시켜 간접공약.
광주의 박철씨는 광주∼목포 도로개설 등을 천연색 「팸플릿」에 담아 보고했는데 통일 당의 김록영씨 측에선『그게 정부에서 한일이지 박 의원이 한일이냐』고 이의.
박종규씨(마산)도『64년 학생 1백50명에 불과했던 경남대학이 내가 이사장을 맡은 뒤로는 현재 1만명 정도의 규모로 발전됐다』고 지역발전 기여실적을 과시.
지역사업 공약의 부활에 대해서는 야당 안에서도 분반이 엇갈려있다. 『군수나 면장이 아닌 한 공약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김봉조·충무-거제) 는 반대론이나『지역에서 요구해 올 때 해결하면 되지 공약은 필요 없다』(채문식 의원·문경-예천)는 소극론, 『야당이 나가면 지역사업 할 수 없다는 말을 퍼뜨리기도 하지만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하는 사업이므로 야당이 오히려 아무 거리낌없이 행정부장대로 투쟁할 수 있다』(오홍석·김포-강화)는 적극론도 있으며『예산 뜯어 하는 일인데 여당초선보다는 야당 3선 의원이 더 말발이 서지 않겠느냐』고 다선 관록논을 내세우는 사람(진의종·고창-부안)도 있어 각인각색.
야당공약이 비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은 관례다. 신민당이「의회정치의 발전」「민주행정의 부활」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나, 통일당이「행정질서」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가까운 예다.
외교에서 미국 등 우방외교강화는 3당 공통이나 통일정책에서 통일 당이 영세 중립화 통일을 주장하여 특이하다.
신민·통일당의 부가세 폐지주장에 여당은「보완」으로 대처하고 있고 노동활동의 자유보강에서 통일당이 민주화 등 원칙적인 보장을 말하는데 비해 여당은 한국적 노사협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대학·언론을 놓고도 야당이「정상화」「회복」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여당은 교수연구비 증액 등만을 내세울 뿐 야당주장엔 부담.
공화당 공약에 대해서는『꿈만 먹고 배부를 수 없다』고 반격을 가하고 있고 여당은 야당의「비전」부재·수권능력부재를「공약」으로 반격하고 있다.
통일당이 신민당을 두고「선명성부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야당간의 견제구(?).
공약은 공약으로 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정권을 건 대통령 선거도 아닌 만큼 야당의 공약도 설득력을 크게 가질 것이 못된다.
단지 지난 6년간을 묵묵히 보아온 국민들이 1표의 행사로 목격자의 증언을 해줄 것이다. 관건은 공명선거의 실현으로 국민의 심판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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