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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오버'에 감춰진 싸이의 속내, 주류업계 진실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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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글로벌 스타 싸이(PSY)가 9일 공개한 새 앨범 타이틀곡 '행오버(Hang over; 숙취)' 뮤직비디오를 두고 식품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한국의 음주문화를 담기 위해 소주·맥주부터 숙취해소음료까지 등장한다.하루 평균 조회수 1000건씩 엿새 만에 600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파급력을 발휘하면서 '행오버' 뮤직비디오에 실린 제품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행오버 패러디물도 화제다. 한 외국인 커플이 뮤직비디오 속 소맥을 마시고 숙취해소음료로 간을 달래는 모습도 따라했다. 그런데 식품업계가 돈을 주고 하는 여느 PPL(간접광고)과 다르다. 싸이가 기존 광고모델과의 의리를 지켜 조건 없이 등장한다. 호불호로 갈릴 수밖에 없는 식품업계의 반응을 분석했다.

■참이슬·드라이피니쉬d·컨디션

가장 큰 '수혜자'인 하이트진로는 싱글벙글이다. 싸이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하이트진로 측에 소주·맥주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이트진로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소주 '참이슬'과 맥주 '드라이피니쉬d'를 보냈다. 이들 제품은 제품명까지 뮤직비디오 영상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싸이는 2012년 9월부터 광고모델로 활약한 CJ헬스케어 '컨디션' 제품도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다.

▲ 싸이가 과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드라이피니쉬d 모델로 활약한 광고 이미지

19일 서울 광화문 한 한정식 전문점에서 가진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싸이가 하이트진로와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제품을 노출해줘 감동을 받았다"며 "싸이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려고까지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싸이는 하이트진로와 광고 모델 계약을 체결하기 1년 전,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카스라이트 모델로 활동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싸이의 '의리'는 자신이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양대 주류산맥 중 하이트진로에게만 지킨 셈이다.

이에 오비맥주 측은 "최근 광고주가 하이트진로였기 때문에 당연히 하이트진로에게 제품을 보내달라 했을 것"이라며 "싸이는 오비맥주와 광고모델로 활약할 당시에도 의리를 지켰다"고 맞받아쳤다.

▲ 하이트진로의 맥주(드라이피니쉬 d)와 소주(참이슬)가 등장한 싸이 '행오버' 뮤직비디오 장면.

■'싸이 설움설' 주류업계 나돌아

하지만 싸이가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제품 협찬을 위해 하이트진로에만 문을 두드린 배경에 '싸이가 오비맥주로부터 서러움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주류업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하이트진로 고위 관계자는 "싸이가 카스라이트 모델로 활동했던 당시 오비맥주에서 서러움을 받았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소주 '처음처럼'을 판매하는 롯데주류의 마케팅 담당자도 "'강남스타일'을 발표하기 전이어서 글로벌 스타가 되기 전이었던 데다 병역 문제로 싸이가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귀띔했다.

때아닌 '싸이 설움설'에 오비맥주 측은 "그럴 리 없다"며 펄쩍 뛰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싸이는 카스라이트 모델로 활동하면서 CF 속 식스팩을 콘서트·뮤직비디오에도 입고 나올 정도로 오비맥주와 관계가 돈독했다"며 "싸이와 재계약만 2번 더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싸이는 오비맥주와 2010년 5월 첫 계약 후 6개월 단위로 2회 재계약하면서 2011년 11월까지 1년 6개월간 모델로 활동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라이트를 출시한 후 CF가 인기를 끌면서 싸이는 카스라이트의 입지도를 끌어올리는 주역이었다"고 말했다.

▲ 싸이가 하이트진로에서 발급 받은 '쏘맥자격증'

■ "저속하다" vs "한국 술 세계화"

자사 제품이 노출됐느냐 안 됐느냐에 따라 '행오버' 뮤직비디오에 대한 식품업계의 평가도 엇갈린다.

우선, '참이슬'과 '드라이피니쉬d' 등 2개나 노출된 하이트진로 측은 긍정적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중문화와 주류문화에는 분명 Fun코드(재미요소)가 있고 그것을 표현한 것이지 저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호평했다. 이 관계자는 "소주는 한국 전통 술"이라며 "국내에는 물론 참이슬이 홍보되겠지만 세계 외국인의 눈에는 '소주'가 들어올 것이므로 한국 소주가 홍보되는 셈"이라고 기대했다.

숙취해소 음료로 알려진 '컨디션'의 CJ 관계자는 "싸이가 우리 제품에 대해 의리를 지켜줘서 뮤직비디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CJ 관계자는 "3, 5월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해외마케팅을 구상하던 찰나였다"며 "뮤직비디오 노출을 통해 해외시장에 헛개컨디션의 브랜드 이미지가 한껏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싸이 '행오버' 뮤직비디오에서 숙취 후 CJ 헛개컨디션을 마시는 모습.

반면 오비맥주는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광고도 10시 이후로 제한될 정도인데 하물며 전 세계 청소년이 많이 보는 뮤직비디오에 성인들의 음주문화가 그대로 드러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싸이가 광고모델로 활동하지도 않았고 제품도 노출되지 않은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는 어떨까. 롯데주류 관계자는 "중년 남성이 한국 '아줌마'와 춤을 추고, 저속하고 미개한 한국의 음주문화를 세계에 알린 꼴"이라며 "이러한 뮤직비디오에는 아무리 억만금의 광고 효과가 있다 해도 제품을 협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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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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