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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게 값「프랑스」초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마리·앙트와네트」가「베르사유」궁의 넓은 정원 한 모퉁이에 초가를 지어 농부의 흉내를 냈다』고 한「에피소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자동차 매연을 피해, 또 흙을 밟아 보기 위해 도시인들이 이틀동안의 주말을 시골에서 지낸다는 것은「루이」16세의「앙트와네트」왕비식의 사치가 아닐는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프랑스」의 초가가격이 해마다 다락같이 치솟아 일반계층이 구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게 된 점에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고급자동차 한대 값으로 살 수 있었던 초가는 이제 재벌이 아니고는「그림의 떡」같은 골동품이 됐다.
이 때문에 주말주택「붐」을 노리고 시골에 현대식 집을 지었던 건설업자들이 피를 보고있는 실정. 주말용 집은 초가로 전근대적 농촌다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시인의 선호 덕택이다. 한정된 초가에 원매자들이 쇄도하니 부르는 것이 값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대도시 주변의 초가 값은 평균 7배가 올랐으며「노르망디」지방같이 대도시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은 1년 평균 30%의 상승율을 보인다.
유명한 사과술을 만들어내는「칼바도스」지방의 경우 사과압착기만 덩그렇게 있는 자그마한 집이 15만「프랑」(1천7백여 만원)에 거래되고있으며 1백평 정도 대지에 30여평의 초가가 무려 90만「프랑」(1억여원)을 홋가한다.
이 지방의 초가들은 10년 전만 해도 불과 3만5천「프랑」밖에(약4백 만원) 못 받았었다.「파리」에서 2백∼3백㎞ 거리인「르와르」강변 등의 집들은 30만∼50만「프랑」(3천3백∼5천5백만여원)에 거래되는데 연간 1백%의 상승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값비싼 초가들은 이미 농민의 소유가 아니라「파리」시민들의「식민지」로 단장과 손질이 된 상품들이다. 초가 값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은 비단「파리지앵」뿐만 아니다. 고도성장으로 저축이 많은 서독인, 「벨기에」인들도「프랑스」농촌의 원시적 낭만이 그리워서라기 보다는 돈을 굴리고「바캉스」를 보낸다는 일석이조적 목적으로 상당수가 초가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프랑스」의 산골짜기에는 싸구려 초가들도 얼마든지 있다. 「파리」에서 4백㎞이상 떨어진 벽지초가들은 현재 5만∼10만「프랑」(6백∼1천1백여 만원)밖에 못받는다. 도시에서 더욱 멀리, 더욱 자연그대로의 상태를 찾아가는 도시인의 취향은 벽지의 집 값마저 급등시킬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프랑스」의 초가들은 정말 행복한 대우를 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몇 해 전만 해도 초가의 상징은 한국이었다. 불과 5년전「르·몽」드지는 우리의 초가를 진짜로 평가하고『한국의 초가를 보려면 지금 서울에 가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무자비하게 헐리고「슬레이트」로 탈바꿈하는 한국초가 운명을 안타까와했었다. 이제 한국인들이 초가를 구경하려면「프랑스」에 와야 한다는 역설도 별로 어색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 아닐까?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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