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의 흡수…중량급망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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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공화당공천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현직거물급·중진급인사의 대량기용이라는 점이다.
유정회에서 넘어오는 김종필·구태회·현오봉의원과 정치 휴면기간을 가졌던 민관식·김택수·오치성·김창근씨 등과 박종규씨 등의 등장은 무소속으로 나선 이후락·김진만·최치환씨 등 친 여권 인사들의 존재와 함께「두터운 여권형성」을 위한 80년대의 포석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역대공천에서 강조되던「신인」기용은 이번에는 그 순위가 밀려났다.
신인기용보다는 철저한 현역의원 우위가 이루어졌으며, 현역의원에게「흠」또는「문제」 가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에서 먼저 현역의 당·락 여부를 결정하고 그 다음에「흠」이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대타자를 꼴라내는 식으로 인선이 이루어진 인상이다.

<역대에 비해 낮은 신인등용>
따라서 이번 공천에는 ▲친여 중량급의 총망라 ▲고령자 대체 ▲복수공천 배격 등의 적극적 기준 외에는 결격사유유무라는 소극적인 기준이 적용됐을 뿐이며 그 결과 현역의원 24명의 탈락과 유정회 의원6명의 이적, 일부 전 공직자의 등장 등으로 나타났다.
현역 24명의 탈락은 36·4%의 탈락율에 해당되며 ▲7대 31·8% ▲8대 방·1% ▲9대 41·9%(이장지역구기준)의 탈락율에 비해보면 하향추세.
중량급의 대거등용은 여러 가지 함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권외의「정치력」을 정치권으로 흡수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보다 현실화된다고 보여지고 또 권외인사들이 공화당·국회 또는 정부여당이란 일정한「틀」안에 위치하게 됨에 따라「틀」안의 각종「룰」에 자동적으로 수용된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틀」밖의 커다란 정치력이 방치되는 것은「틀」자체의 힘이나 기능이 상대적으로 위축·축소됨을 의미하고 그「틀」의 결정이 갖는 설득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수용은 큰 정치적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권외방치가 오래되면 구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고 원심력도 커진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그밖에 유신2기 및 80년대의 정치적 의의와 관련해서 중량급망라는 더욱 큰 관심사가 된다.
80년대가 유신의 정착 및 정치발전의 해당 기이자 박정희 대통령의 9대 임기가 끝나고 10대 임기를 예비하는 기간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성화된 정치력의 존재는 커다란 추진력으로 작용 할 수 있다.
이들이 유신2기의 정치구도와 80년대의 정치에선 구체적으로 어떤「자리」와 역할을 맡을지는 단정 할 수 없지만 벌써부터 국회의장·공화당의장·유정회 의장 등의 큰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소외되는 상황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있을 유정회 3기 인선에도 상당수 중량급인사가 포함 될 가능성이 있다.

<고령자후퇴…연령 고루 분포>
공천자의 평균연령은 51세. 8대의 48세, 9대의 50세보다 다소 높아진 셈인데 이는 계속집권에 따른 자연적인 추세로 볼 수 있다. 연령분포로는 40대 23명, 50대 45명으로 장년층이 가장 두텁고 38세로 최연소인 오유방 의원을 포함한 30대는 5명, 60대 이상은 4명으로 비교적 균형을 갖추었다.
신기정·권성기·김원태·이병주·김제원의원 등 고령자후퇴는 공화당의 신진대사와 노·장·청의 연령분포를 재구성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낙천요인의「흠」도 갖가지>
고령자중에서도 이효상당의장 서리(72)·백남억전당의장 (63)의 재 공천은 유정회 백두진의장 (69)등의 존재와 함께 여권의 원로층 형성으로 봐야할 것 같다.
복수공천을 않는다는 것은 고위층의 오랜 지론으로 알려져 왔다.
선거분위기의 과열, 지역구 관리 등에 복수공천의 문제점이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왔고 의석 3분의l을 가진 유정회가 있는 이상 지역구의석 1,2개를 탐내어 선거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점에서 일부 낙선에 대비해 몇 개 지구의 복수공천을 희망해온 공화당 간부들의「당략」차원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4개의 복수지구 중 김포-강화-고양에서 김유탁의원이 공천된 것은 그의 지역구관리실적과「홈」이 없다는 점이 평가받은 것이며, 충주-중원-제천-단양의 이종근의원의 경우 상대방인 이해원의원도 흠은 없지만 지역적으로 득표기반이 유리하다는 분석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충무-고성-거제의 최재구의원, 영덕-청송-울진의 문태준의원의 경우도 지역적인 이점이 컸기 때문.
복수지구의 탈락의원 4명중 일부도「흠」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유정회로 구제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있다.
낙천요인으로 작용한「흠」은 가지가지다.
이권관여·치부 등 서정쇄신관련「케이스」와 부인 등 가족의 문제, 병역·사생활·원내 활동 실적 부진, 지역상의 불이 등이 문제됐고 이런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부인행실과 지역구 사경이 문제된 K의원은 최종단계에서 살아났으나 부인이 거액의 부도를 낸 K의원, 아들의「데모」로 문제된 J·K의원 등이 낙천됐고 P의원은 보안법대상 친척관련문제로 물러나게 됐다는 것.
선거구내 공사관여, 인삼조합 부정사건, 주벽 등이 문제된「케이스」로 K·L의원, 부동산관계로 문제된 O의원, 지역구와 은행대출개입문제로 L의원 등이 탈락했으며 황재홍의원은 한 경합자가 집요하게 파헤친 25년 전의 병역관계가 탈락요인.
탈락 의원 수를 각시도별로 보면 강원도가 5명 전원이 구제 된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6명중1 ▲부산=4명중1 ▲경기=8명중3 ▲충북=5명중2 ▲충남=6명중3 ▲전북=4명중1 ▲전남=8명중3 ▲경북=12명중4 ▲경남=8명중6명이다.
현역을 누르고 기용된 새 공천자에게도 나름대로의 발탁요인이 있다.
김종필·박종규씨 등은 정치차원의 사항으로 보이지만 구태회·김택수·민관식·오치성씨 등의 경우 중량급이라는 것 외에 상대방이 약했다든가, 문제가 있었다는 유리점을 지적할 수 있고 김창근씨의 경우 김계원씨가 자진후퇴를 선언할 만큼 지역기반이 단단했다는 강점이 있었다.
유정회에서 공천을 받은 구범모의원의 경우 현 체제에 대한 논리부여와 원내활동이, 최영철의원은 한일의원 연맹간사로서의 활동이, 이도선의원은 달변의 연사로서의 홍보활동이 각각 평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전 공직자 등 원외 발탁자들은 각기 해당지역의 유력 인물이거나 다년간 공을 들여온 사람들이다.

<흠 없는 탈락자는 유정회>로
탈락자중 몇 명이나 유정회로 구제될 것인지도 관심사이나 분명한 선은 나와 있지 않다.
8대 공화의원 중 유정회로 간 사람은 17명(지역구·전국구포함)이었으나 그때와는 형편이 달라 이 숫자가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다만 흠 없는 복수지구탈락자2, 3명과 김종익의원· 김계원 전 중앙정보부장 등이 구제 가능한 대상으로 꼽힌다. 유정회의원의 공화당공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음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의 관리와 이에 따른 경쟁·마찰 등은 9대 때보다 양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공화당 공천자의 면면으로 보아 총선후의 공화당 국회상황은 복잡할 것 같다.
우선 현 이효상당의장서리 등 당5역이 전원 건재한데다 새로 7,8명의 중량급이 들어가게 됨에 따라 이들간의「질서」문제가 있고 중간「보스」제는 인정되지 않는다지만 이들간에 혹 있을지도 모를「영향력 경쟁」이 어떻게 조정될지 궁금한 일이다.
과거 8대 때의 4인 체제·반4인 체제나 10·2파동 등의 당사자들도 이번에 대부분. 재 공천된 것은 특기할 일이다. 현 체제 아래서 당시의 재판 비슷한 현장이 일어날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머리큰」인사간의 관계는 관심대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무소속쪽의 진출 예상자들의 존재와 관련해 10대 국회는 마치 여권인물 총동원장이 될 전망이어서 여러모로 9대와는 다른 양상이 필게 분명하다.
그것이「정치발전」또는「제한??화」가 필지「질서 속의 규율」이 될지 알 수 없으나「소리」만은 더 높을 게 틀림없다.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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