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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윤동주가 끼고 산 백석 시집 『사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윤동주(1917~45)는 룽징(龍井·용정·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광명학원 중학부에 다니던 시절 백석의 시집 『사슴』을 접하고 백석에 빠져든다. 이후 그는 『사슴』을 옆에 끼고 살았으며 일본 유학 때는 동생 윤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시집을 꼭 읽어보라 권하기도 했다. 다음 작품을 비교해 보면 윤동주가 백석을 얼마나 따르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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