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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망설이면서도 붐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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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반투자자들이 모이는 각 증권회사의 객장들은 소극장처럼 꾸며져 있다.
무대에는 대형 주가시세판이 걸려있고 거래소와의 유선방송을 통해 즉각 거래가격이 표시된다.
오름세는 분홍색이고 내림세는 흰색이다.
분홍글씨가 전혀 없던, 지난주에 있었던 이야기-.
▲증권가에 얼굴이 꽤 알려져 있는 여인이 「핸드백」에서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세고 있었.
옆에서 지켜보던 한 사나이 왈-『역시 「베테랑」이군요. 증권투자해서 아직도 돈이 남았다니….』
▲하얀 글씨로 가득찬 시세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한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끝났군, 끝났어』하면서 나가 버렸다.
그 등뒤에 대고 또 한남자가 말했다.
『끝났다니. 당국에서 회복책을 써도 자꾸 줏가가 떨어지는 건 증권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성장했다는 증거라구.』
실망과 조소로 가득찼던 객장은 이번 주 들어 분위기가 싹 바뀌어 『팔까, 말까』 『살까, 말까』 주저하는 투자자들로 붐비고 있다. 『며칠이나 갈 것인가』고 빈정대는 사람은 팔 기회를 노리고 있고, 『연말까지 얼마나 오를 것인가』를 계산하는 사람은 살 종목을 고르고 있다.
전문가들도 두 편으로 갈라져 있다.
낙관론은 ▲기업의 자금난이 조금씩 완화되고있고 ▲현재가 주가가 바닥시세이며 ▲당국이 증시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비관론은 ▲연말까지의 유상증자불입금액이 9백90억원, 신용상환도래액이 2백40억원이나 되고 ▲대주주의 물량이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 틀림없어 기관투자자들의 능력으로서는 이를 소화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30일 종합주가지수를 16·6「포인트」나 밀어 올린 폭등세는 31일의 전장까지 이어지더니 후장에서는 매수 「오퍼」의 취소소동이 일어나 오름세가 멈칫했고 다시 막판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힘으로 강세로 시장이 문닫았다.
이날의 거래량은 5백56만주(거래대금 66억원)로 올해 평균수준을 되찾았으나 앞으로의 장세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증권업계는 증시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삼성전자·금성사·동아건설·대림산업 등 시장의 주력고가주를 매수하고, 일반투자가들은 뇌동매매를 삼가고 연말배당을 겨냥한 착실한 투자를 해야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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