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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창립13주「에반즈」·「노바크」특별기고|"소의 대한 태도변화" 흥분할 일 못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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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소 간의 접촉증대는 관심을 끄는 일이지만 그렇게 중요한 일은 못된다고 정부의 외교·정보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한소 간의 접촉증대는 동「아시아」의 두 가지 현실 ①북괴·중공간의 밀착관계와②부인하기 어려운 한국경제의 세계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미 국무성과 중앙정보국(CIA)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크렘린」당국자들이 한반도에서 동맹국을 바꾸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서울과「모스코바」간의 정부 대 정부접촉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지리라는 전망은 없다.
실제로 미국의 전문가들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태발전은 김일성이 소련에서 벗어나 중공 쪽으로 기운 사실이다. 이는 극동지역의 공산권 관계에서 급속히 변화하는 만화경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세계각국 순방에 분주한 중공 당 주석 화국봉은 그의 첫 해외여행으로 작년에 북괴를 방문했다. 그 뒤 한 때는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으로 간주돼왔던 평양정권은 중공에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북괴의 이러한 중공편향은 공산「베트남」이 중공과의 관계악화에 따라 소련에 접근한 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북괴가 소련에 등을 돌리면서 소련은 처음으로 한국과의 비 정부간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각료가 소련에서 열린 세계보건회의에 참석하고 소련당국이 한국기자에게 입국 「비자」를 내주고 계속 체육교류를 원하고 있다는 것 등이 그 예다.
이런 모든 일은 중공·북괴의 밀착에 대한 소련의 대응조치인가?
몇몇 미 고위관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미 행정부의 실무급 전문가들은 견해가 다르다.
오히려 그들은 한소 접촉의 중요성이나 장래에 관해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다.
이들 전문가는『솔직히 말해 한소 접촉에 대한 한국신문들의 보도는 과장이 심하다. 나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소련의 접촉은 도든 비 공산국가들과의 접촉, 특히 한국과 같이 경제적인 면에서 중요한 국가들과 접촉을 증대시켜 나간다는「크렘린」정책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다.
소련은 비록 서울과 문화·경제적인 면에서 보다 많은 접촉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간 접촉은 원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원칙적인 정책은 실제로는 장래 아마도 김일성의 존재가 사라진 후에 북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정보소식통들은 믿고 있다.
이 소식통들은 한국은 현재나 먼 장래에 대 소련접촉에서 아무런 안전보장도 얻어낼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주된 기여는 중공의 대 북한 영향에 달려 있다.
미·중공 관계가 성숙되고있는 바로 이 시점에서 중공은 적어도 미국과의 매대로 몰아갈 수도 있는 한반도에서의 남북전쟁의 발발을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소 접촉을 기분 좋고 흥미있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환점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안보는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와「카터」대통령의 대한공약에 의존하고 있다.「지미·카터」가 한국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는 지가「레오니드·브레즈네프」의 의도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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