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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의 확대실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내년부터 의료보험 적용대상을 현재의 5백명 이상 고용사업장에서 3백명 이상 사업장으로 늘리고,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 한다.
이에 따라 수혜 대상자는 현재의 3백 33만 5천명에서 8백 16만 명으로 증가, 전체국민의 21·2%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의료보험 수혜자의 양적 확대는 「의료의 사회화」란 크고도 벅찬 목표에 한 걸음 더 접근을 의미한다는 뜻에서 매우 고무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우리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보장을 제도적으로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미흡하나마 이렇게 라도 수혜 범위를 점차 넓혀감으로써 이 제도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의료보험제도는 초창기의 온갖 문제점과 진통을 딛고 그런 대로 정착화의 기틀을 마련해가면서 국민 보건향상에 크게 이바지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제도가 명실상부한 국민 복지사업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도 보험운영 체계를 수혜자(환자) 위주로 혁신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의료보험법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보험의료기관을 몇몇 지정된 병·의원에 한정시키고 있어 수혜자인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간단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가까운 곳에 병원이나 의원을 두고 멀리 떨어진 지정의료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격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일부 종합지정병원에 편중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이는 희망하는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보험진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는 점에서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동시에 의원급 의료기관에 경영난을 안겨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의료보험 진료는 환자의 수용태세가 일정한 기준법 상에 도달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두 개방되어야만 한다.
이리하여 가입자들은 보험「카드」만 제시하면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야한다.
이와 더불어 피보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불친절한 진료태도가 하루빨리 개선돼야할 문제다.
보험에 의한 진료를 받기 위해 모처럼 지정의료기관의 문을 두드린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와 병원 측의 공연한 푸대접으로 문턱에서부터 지쳐버리기가 일수다. 지정의료기관의 이 같은 불친절은 환자에게 병고에 못지 않은 고통을 안겨준다.
인명의 존엄성이나 건강의 중요성이 의료제도에 따라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자유진료제보다 한 걸음 앞선 의료보험제도 아래서는 환자를 더욱 귀중히 다루는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강조돼야할 것이다.
또 미혼여성 근로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위해 피부양자의 범위를 직계가족에만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형제자매 등 방계가족으로까지 확대하는 보완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남아도는 의료보험조합의 재정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된다.
보험수혜자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그 동안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저해요인을 과감하게 제거하는데 더 한층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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